주님 봉헌 축일은- 닐숨 박춘식은혜로운 봉헌은한 탈렌트를 받은 종처럼땅에 숨겨 두었다가주인님에게 도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면,주인님이 주신 손으로 쓰러진 사람의 손을 잡는 일주인님이 주신 눈동자로 아픈 눈물을 닦아드리는 일주인님이 주신 발로 걸어가 외로움을 부둥켜안는 일주인님이 주신 입으로 노래 불러 절망에게 희망을 드리는 일주인님이 주신 가슴으로 죄인을 위
수평의 편안함- 닐숨 박춘식 몇 해 전 - 스님과 차 한잔하면서 - 저는 나무를 베어야 할 때 - 바른 손으로 둥치를 어루만지며 - 나무에게 미안함을 말한 다음 - 하늘 바라보고 중얼중얼 기도합니다 - 그러자 스님은 편안한 미소로 응답합니다 - 저는 베는 나무와 안 베는 나무를 끈으로 이어 - 생기(生氣)를 고이 건네주라고 축원합니다 - 그렇군요 아주 멋있
야곱의 하느님- 닐숨 박춘식걸핏하면 검지로 하늘 찌르며꺽꺽 참으라고 한다괴로움 위에 외로움을 덧칠하면서이제는 더 살기 싫다는 데도저 멀리 구천(九天)을 올려보라고 한다코앞에 하늘을 먹으면서빤하게 보이는 연줄을 잡고 있는 데도어찌 그리 멀리 보아야 하는지밤을 지새우는 씨름으로 하느님을 이긴야곱에게 뛰어가 한 수 배워야겠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
스승이신 겸손은- 닐숨 박춘식스승이신 물길은 잠잠히 흙바닥을 걸어가고스승이신 물살은 항상 머리를 숙인다스승이신 물결은 잔챙이와 노닐면서스승이신 물줄기는 흘러흘러 허허바다가 된다아릿한 물안개는 허밍으로 공허(空虛)를 매만진다스승이신 물보라는 하늘로 사뿐 날아오르고 또스승이신 물가루가 바람과 어우러져 영글면스승이신 물방울은 더 맑은 겸손으로 내려오신다
엑소두스 꼬레아나(*EXODUS COREANA)- 닐숨 박춘식메마른 사막에 서 있는 우리는지팡이 대신 촛불을 들고 있다촛불이 모여 모여 불기둥을 세우지만열 번째 재앙에도 독재자는 무지 불능이다고금동서 독재자의 끝을 빤히 바라보면서도패군과 간신들은 하늘 두려운 줄 모른다2017년 엑소두스 현장에우리는 모두 모세이다 그리고모든 촛불은 평화를 부르는 나팔이다더러
머지않아- 닐숨 박춘식남자들이 가슴을 E컵 혹 G컵으로 키워젖통 흔들며 노래를 하거나할마시들과 야자타임을 즐기는 때가 온다면 -‘너 7시간 동안 뭐 했니’라는 인형극이인기상승으로 국제적인 큰 수입이 된다면 -서울서 오전에 교회 발전 회의를 마치고점심 먹으려 호놀룰루에 간다면 -머지않아이러한 일이 세월 따라 나타날 그때그때서야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다면 -그
1. 한처음, 말씀이 있었다. 오늘, 내일, 혹은 어제가 아니라 ‘한처음’의 시간은 본디 의미와 본디 가치와 본디 모습을 고민하게 한다. 말하자면 모든 게 처음이라 어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 ‘한처음’이다. (창세 1,1) 말씀이 육화하여 세상에 온다는 것은 ‘한처음’을 지금 이 자리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다. 새 세상의 희망이나 바람이 아닌 태초
오시는 그분에게- 닐숨 박춘식기다림은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그분을마음으로 모시기 때문이다혹시 삼단논법으로 모시겠다면서론-연필, 본론-강의록, 결론-박수헝클어지고 때 묻은 마음청소하기 힘들면 끙끙 감추지 말고차라리 너저분한 현수막을 걸어 두면그분의 미소라도 볼 수 있으리라마음으로몸으로영(靈)으로, 모셔야 하는 그분에게‘고요한 밤’을 드릴 수 있을는지목젖이 뜨겁
역진(逆進)- 닐숨 박춘식이제 이 땅에서 이 이상 - 살기 어려워 - 나는 역진(逆進)을 붙잡는다 - 옹기가마 - 탱크 군사혁명 독재 총살 - 38선 동족상잔 - 일본 포악무도 압제 - 명장 이순신 - 민족의 혼을 일으켜 세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 고려 - 삼국시대 - 아으, 그 넓은 고구려 벌판 - 시나이산의 천둥 번개 - 고조선 - 야곱과 아브라함 -
기다림이 나무가 되면- 닐숨 박춘식새를 기다리느라고땡감은 화장을 발갛게 하는가그럼 새는 누구를 기다리는가개미는 무엇을 기다리며 일하는가사람은 누구를 기다리며 살아가는가대를 이어갈 만큼 오랜 기다림이 있는가미루나무는 맨날 발꿈치만 드는데어떤 기도를 바치면 우듬지가 별이 되는가시간이 영원을 기다리다가 막판에시간이 영원을 부둥켜안으면과거와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기
2016년 대림 촛불- 닐숨 박춘식까치의 대림은 3월인 듯날개보다 긴 꼬챙이를 물어멋있는 대림환을 만든다떨어진 이파리들은 끼리 엉키어흙에서 서너 달 대림 피정을 마치면나뭇가지로 싹눈을 밀어 올린다칠흑 어두움의 땅을 밝혀주는120만의 촛불이 대림초처럼성당의 보랏빛 촛불이 민초의 함성처럼뜨겁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슨 뜻일까까치에게 물어볼까잠잠히대림환 앞에 손을
병신년의 청개구리 이바구- 닐숨 박춘식깜깜한 빗방울에 청개구리가이파리를 흔들며 개골개골한다비 그친 다음 날길거리 가득한 촛불의 외침은 밤이슬과 함께 허탈 분노 절망을 삭이느라 묵묵 -하얀 촛불은 눈물을 떨구면서하얗게 굳어지는 마음을 보고 아파한다 황소개구리 참개구리는 아무리 아파도푸른 기왓장을 이파리로 보지 않는다푸른 기왓장은 푸르죽죽 을씨년스러워하늘님도
365km 되는 촛불을- 박춘식 하느님께 오늘도감사기도 바칠 수 없어요제 방에 촛불 놓지 마세요저의 무덤에도 불 켜지 마세요 거리의 나무들이 춤을 추고신호등이 미소를 지으면그때제 방을 밝혀 주시고제 무덤에도 촛불을 놓아 주세요 소리를 지르는 요한의 사막 등불작은 꿈이라도 보여주는 촛불정의와 진리의 참 등불그때까지 모두촛불을 들고 다녀요 우리손에도 촛불을,
묵주알이 되어- 박춘식너의 허리를 꽁꽁 묶은 띠부드러운 띠가 나에게 오더니내 허리를 칭칭 감는다, 하늘색 띠가줄줄이 소년을 다음은 할머니를 잇는다Ave Maria - Ave Maria우리 하나하나 묵주알이 되어다섯 꽃다발 은은한 향기로고통의 길, 영광의 빛 계단을 오른다Ave Ave Maria - Ave Ave Maria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가 되어, 그러
치사 치사(致死 恥事)- 박춘식따뜻한 손으로 갖가지 생명을 보살펴 오던농사짓는 흙 노인을냉랭한 직사포물 포탄으로 죽도록 끌고 가는 정치까들농민이 지은 쌀밥을 먹고 그 농민을 죽이는 정권-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땅에 쏟아진 무죄한 피의 값이 모두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하느님의 말씀이나 현인들의 명언이 환하게 밝은데도정도(正道)에서 멀리 탈선한
순례자의 기도 1- 박춘식하느님에게 나아가는 길에는하느님이 가득성모님 모시고 걷는 길에는하늘 사랑 땅 사랑 가득사도들 성인성녀들 기리는 길에는물 바람 흙 가득순교자들 증거자들 기리는 길에는흙 나무 불 가득누구나 걸어야 하는 시간여행도저희에게는 주님을 향한 순례길입니다초침의 속도와 함께 주님을 부르고분침의 흐름 안에서 겸손을 실천하며시침의 걸음으로 시간 공간
묵주 알에서- 박춘식지하철에는 여러 묵주가 있다초록 묵주붉은 묵주푸른색 묵주기쁨 영광 아픔 빛살 가방을 들고사람들은묵주 알에서 부산하게 내리고또 다급하게 올라탄다10월의 지하철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면땅 밑 어둠에서도하늘 어머니의 하늘 손을꼭 잡을 수 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0월 3일 월요일) 묵주와 염주가 비슷하다고, 어느 목사님은
기도의 세 가지 의미- 박춘식하느님을 향하여마음을 높이면서 하느님과 대화를기도라고 교리책에 적혀 있다시인들은미루나무 나이테를 관통하여미루나무는 시인의 심장을 뚫어하느님을 그윽이바라보는 일을 기도로 여긴다신심이 깊은 수도자는기도는 우리 영혼의 호흡이며기도는 발딱거리는 맥박이다, 라고 설명한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9월 26일 월요일)유럽에
순교의 나래를- 박춘식하느님께서아담을 만드실 때 성장하면서 죽고다른 차원에서 또 성장하다가 허물 벗고마지막에 천사가 되도록 빚으신다영혼의 나래를 차곡차곡깊이 접어 숨긴 채아담을 세상에 내보내신다그중에단번으로 천사가 되는 길붉은 나래를 펴서 오르는 길순교의 나래를가장 아름답게 만드신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9월 19일 월요일)사람이 영적
하느님을 불러 본다- 박춘식누구나마음 한 모서리에쉽게 열 수 없는아픈 상자를 지니고 있다깊은숨을 내쉬던 어느 날 하느님 -속으로도 안 들리는 목청으로 불러 본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고향이나 가문이나 보이지 않는 뿌리를 생각할 때, 누구든 삶의 노끈으로 묶여 있는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러다가 부끄러운 또는 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