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차 한잔. (이미지 출처 = Pixabay)

수평의 편안함

- 닐숨 박춘식 


몇 해 전 - 스님과 차 한잔하면서 - 저는 나무를 베어야 할 때 - 바른 손으로 둥치를 어루만지며 - 나무에게 미안함을 말한 다음 - 하늘 바라보고 중얼중얼 기도합니다 - 그러자 스님은 편안한 미소로 응답합니다 - 저는 베는 나무와 안 베는 나무를 끈으로 이어 - 생기(生氣)를 고이 건네주라고 축원합니다 - 그렇군요 아주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무선으로 전해도 되는데 - 유선으로 생기를 확실하게 이동시키는 묘한 방법이라고 말하였고 - 그날 차 맛은 - 한여름 소나무 그늘 분위기였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막중막심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평적인 의식을 느끼도록 이끄는

편안한 스님을 또 한 번 보았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월 23일 월요일)

몇 해 전 대구 어느 문화강좌에서 시(詩) 강의를 3년 9개월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자료를 보다가 너무 놀랐던 자료를 보았습니다. '귀천'(歸天)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이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이 ‘시몬’이었다는 사실과 그분 호가 심온(深溫)인데 세례명대로 지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구르몽의 ‘낙엽’ 시를 좋아하셔서 세례명을 ‘시몬’이라고 정하셨는지 궁금하고 등등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성당에 열심히 나가다가 나중에는 예배당에 다니시면서 혼자 묵묵히 기도하셨다는 자료도 보았습니다. 기자가 개신교로 개종하실 의향을 물으니까, 배교자라는 말을 듣기 싫어 종교를 바꾸지는 않는다며, 목사님이 좋고 교회가 편안하여 기도하기 좋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자료를 보면서, 아직도 많은 신부 주교들이 수평선에서, 수직선의 위엄을 즐긴다고 생각하며, 그냥 혼자서 웃고 말았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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