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11월 12일 광화문 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촛불 파도타기. (이미지 출처 = youtube.com)

365km 되는 촛불을

- 박춘식
 

하느님께 오늘도

감사기도 바칠 수 없어요

제 방에 촛불 놓지 마세요

저의 무덤에도 불 켜지 마세요

 

거리의 나무들이 춤을 추고

신호등이 미소를 지으면

그때

제 방을 밝혀 주시고

제 무덤에도 촛불을 놓아 주세요

 

소리를 지르는 요한의 사막 등불

작은 꿈이라도 보여주는 촛불

정의와 진리의 참 등불

그때까지 모두

촛불을 들고 다녀요 우리

손에도 촛불을, 가슴에도 촛불을

365km 길고 높은 촛불을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버지가 대통령 했다고 표를 찍는 우매한 국민들로 여겼는데, 100만 명 시위의 평화로움과 거대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투표한 사람은 촛불 모임에 안 나왔다면 이해가 됩니다. 김0삼 아들, 전00 아들, 이0박 아들도 다음에 대통령 출마하면 당선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민도가 낮은 분이 많으니까요. 제가 가장 마음 아픈 팻말은 ‘이게 나라냐’하는 글이었습니다. 끝까지 촛불을 들고 한 걸음이라도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이참에, 통일이 되면 국호를 ‘고구려’로 바꾸고 영문 표기도 ‘COREA’로 바꾸면서 ‘KOREA’도 병행하자는 촛불 시위도 이루어지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혼자 상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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