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동쪽에서는 약탈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소식이 매 시간마다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화단원들은 사방에서 북경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유럽인을 말살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향한 공격도 곧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이는 30년 전 천진에서의 학살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제 의무는 교회와 신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사오십의 해군 병사를 북당(北堂)으로 보내주십시오.” - 파비에 주교의 편지, ‘Siège de la mission catholique du Pé-tan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던 박근혜가 탄핵되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일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 때 일어났던 이태원 참사마저도 진실의 기억을 지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감추려고 합니다.세월호 참사 10주
달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전 처음 듣는 요상한 이름의 기념일들이 많기도 하다. 3월에만 해도 납세자의 날, 세계 여성의 날, 의용소방대의 날, 상공의 날이 있는데, 여성의 날은 얼굴을 아는 사이 정도의 친근함이 있지만 다른 날들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다. 그런 내게 다나가 새로운 날의 이름을 물어다 주었다.“엄마, 오늘은 작은 새들의 날인가 봐. 처음 보는 작은 새들이 정말 많이 보여. 어떤 새는 하늘을 날면서 소리를 내는데 날개가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 날개로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 같아.”그러면서 새 소리를 흉내 내서
회사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많은 변화를 의미한다. 가장 큰 변화는 권한과 책임의 확대다.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따라 리더의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권한을 대폭 위양하는 리더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위양한 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서 일을 수행한다.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일을 마치면 평가하는 것을 리더의 주된 역할로 인식한다. 처음 리더가 되고 내향적 성격인 경우, 이런 유형이 많다. 필자도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이런 권한위양형이었다. 다행히 팀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현재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 사회 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느낀다. 직접적인 ‘내’ 문제가 아니면, 눈과 귀를 닫는 듯하다. 물론,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살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나 살기도 바쁘고 힘드니, 다른 이, 다른 피조물의 신음까지 들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늘 깨어 있으려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가 믿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향기를 곳곳에
나는 그의 영화에서 사회적 ‘구원’을 본다엥겔스는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라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 원조국인 영국에서 노동자 계급이 처한 비참한 삶을 고발했다. 켄 로치의 여러 영화를 보노라면 이 책의 영화적 버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그의 영화에서는 신자유주의 대처리즘의 잔혹한 흔적이 드러난다. 칠레 영화 '공작'(파블로 라라인, 2023)에서 대처가 흡혈귀로 묘사되었듯이, 대처를 향한 조롱과 비판은 온당하다. 최근 영국인의 삶이 말이 아니게 형편없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제국, ‘요람에서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일관된 작업 주제로 진행해 온 오원배(吳元培, 1953-) 작가가 인천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인천아트플랫폼, 2023.10.7.-2024.3.3.)개항지로서의 인천은 작업의 모티브이자 부조리한 인간 실존 문제를 드러내는 자양분이 되는 장소이기에 전시된 아카이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풍경은 바로 청관(淸館, China Town)이다. 이곳 일대는 1884년 청국이 일본을 견제하며 체결한 통상조약(인천구화상지계장정, 仁川口華商地界章程)과 관련된 곳으로 청나라의 관청이 있던 동네다. 이후 청관은 19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8)가 열렸다. 파리협약 이후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앞에서 이제는 화석연료 퇴출을 분명히 하고 기후위기 당사자국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발표한 데 이어, COP28에서 연설하기로 하셨다. 이에 맞춰 '찬미받으소서 운동'은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주제로 한 웨
최근 일본 군마현의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세워졌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일본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철거되었습니다. 군마현은 일반 시민의 출입을 통제하고, 1월 29일 중장비를 동원해 사흘 만인 1월 31일 철거를 완료했습니다. 일본의 우익 단체는 군마현의 추도비를 강제 철거한 이후 일본 내의 추도비 등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일본 도쿄를 동서로 관통하는 스미다강은 100년 전 간토(관동)대지진을 구실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대학살이 일어났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일본 우익 세력들은 조선인들을 붙잡아 철
아이들과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서 산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소리치며 달려가 수로 한 편에서 개구리 부부 한 쌍을 발견했는데 글쎄 어느새 알까지 낳아 두었지 뭔가. 그걸 본 다나가 개구리들을 향해 말을 건넨다.“얘들아, 아직 2월도 안 됐는데 벌써 알을 낳았다고? 갑자기 추워지면 어떡하려구. 하긴, 너희들한테는 달력이 없으니까 너희 탓은 아니지.”다나의 한숨 섞인 탄식을 들으며 산개구리들 산란 시기가 지난 몇 년 사이 최대 2개월이 빨라졌다는 어느 기사를 떠올렸다. 산란 시기가 빨라지면서 개체 수도 눈에 띄
과장, 부장이 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회사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시기가 과장, 부장 때다. 가정에서도 이 시기쯤 되면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이 어깨를 짓누른다. 사회교리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은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고, 정부와 고용주, 노동조합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생계 노동의 유연한 모델들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부장 때, 영화 '어느 멋진 날'(One fine day)을 뒤늦게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번 청년 칼럼에서는 요즘 보기 쉽지 않은 교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청년으로서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교회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회(2, 3월) 맡아 주신 홍예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단순히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어떤 종교 단체건 요즘 화두는 청년 신자 잡기다. 아예 발을 들여놓지도 않을 뿐더러, 발길을 끊는 청년들도 많다. 그런 가운데 살짝 별종 같아 보일 수 있는, 가톨릭교회와 신앙에 너무나도 진심이 된 내 이야기, 그런 내가 보는 교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 여정으로
“세 사람을 심문하였으니 황제께 아뢰나이다. 그들은 몽골 라마승의 복장을 하고 있고 중국어를 할 줄 압니다. 또한 만주문자와 몽골문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습니다. 티베트 문자와 말은 모릅니다. 한 사람의 이름은 가베(噶畢)이고, 다른 하나는 에바리스트(额塞哩斯塔)라 하였습니다. 그들은 형제로 프랑스 사람이라 합니다.” - 도광(道光) 26년(1846), 주장대신(驻藏大臣) 기선(琦善)이 황제에게 올린 글(奏折)여정의 시작, 티베트로 향하는 길1844년 9월 10일, 세 사람이 길에 섰다. 이제 막 길을 떠나는 참이었다. 출발지는
다행히 폐관 위기 면한 김민기의 ‘학전’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간이 사라지는 데는 분명 달라진 환경으로 더는 그곳을 찾지 않기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아쉬워하며 의미 있던 ‘공간’을 지켜내고자 하는 데는 역사성 보존과 그것이 지닌 현재적 의미가 여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수 김민기 선생이 운영하는 학전 소극장이 그의 건강과 재정상 이유로 폐관을 앞두었는데,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비롯해 그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가까스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폐관을 아쉬워하는 가수와 배우들은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결성해 올
최근 인공지능(AI)의 기계 학습을 예술 창작 방법으로 시도하는 작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 및 창작활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주로 과학 기반 전공자들이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선보이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예미킴(YEMIKIM) 작가 역시 카이스트에서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한 예술작가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을 출력해 액자로 전시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AI로 배경음악을 만든 가상(virtual) 갤러리인 메타버스 방식으로 가상과 현실의
지난 성탄 때, 은사이신 신부님의 사모곡을 받았습니다. 임의 꾐에 넘어가 평생을 역사비평과 해석학을 기반으로 역사의 예수를 찾았던 정양모 신부님께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음미하다가 독자들에게 신부님의 사모곡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신부님의 사모곡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익명의 벗들까지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사랑이신 신부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은 어머니의 꽃다발이 자꾸 생각납니다. 치매를 앓으셨던 어머니가 온전한
“온통 허물어진 담장을 지나 거기 이르렀습니다. 차마 말로는 다 못할 서글픔이 거기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4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누추한 묘지에, 프랑스의 영광스런 자녀들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어떠한 소리도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중국인 학생들이 반복해 대는 콧소리만이 이 음산한 고요를 흩트리고 있습니다.”(부르불롱의 기록, “Relation de voyage de Shang-Haï à Moscou, ....” 중에서)부르불롱, 정복사 묘지를 기록하다1860년 어느 프랑스 외교관이 묘사한 정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가고 있는 걸까? 한동안 잠깐은 정말 겨울이구나 했는데, 그 뒤로 쭉 벌써 봄이 왔나 싶게 날이 푸근하다. 소한이 코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글쎄 지난 주말에는 마을 뒷산 정상에 올랐는데 꿀벌 몇 마리가 날아다녀서 깜짝 놀랐다. 12월 말에 꿀벌이라니 이게 웬말인가. 추웠다 더웠다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꿀벌들도 어느 가락에 춤을 춰야 하는지 헷갈리는 모양이다.헷갈리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원고 마감일이 있어야 겨우 원고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가 동장군의 독촉이 없으니까 월동 준비를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입사해서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누구나 선망하는 국제금융부이고, 이동하게 된 부서는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관재부(부동산 매입과 고정자산 관리부서)여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입사동기들은 아무도 부서를 이동하지 않는데 나만 이동하게 되었으니 여러 구설수가 많았다. 회사에서 겪은 첫 시련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 시기만 지나면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인 면도 있었고, 대학 시절 야학을
젊은이는 교회에서 살고자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 공동체에 발을 굳건히 디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진리를 향한 궁금증으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려는 젊은이가 있는 한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때에 젊은이가 교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