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청개구리.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병신년의 청개구리 이바구

- 닐숨 박춘식


깜깜한 빗방울에 청개구리가

이파리를 흔들며 개골개골한다

비 그친 다음 날

길거리 가득한 촛불의 외침은 밤이슬과 함께

허탈 분노 절망을 삭이느라 묵묵 -

하얀 촛불은 눈물을 떨구면서

하얗게 굳어지는 마음을 보고 아파한다

 

황소개구리 참개구리는 아무리 아파도

푸른 기왓장을 이파리로 보지 않는다

푸른 기왓장은 푸르죽죽 을씨년스러워

하늘님도 멀찍이 비켜 가신다

 

깨어있는 사람들은 가슴 통증을 부여잡고

똘망똘망 아이들에게

병신처럼 청개구리 이바구만 한다 또 한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100만 명의 촛불을 본 다음, 충격을 받고 멍멍한 마음으로 대구 어느 노인복지회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옆에 앉은 노인 두 분(절친한 친구인 듯)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나라 살림 야무지게 처리할 거라고 믿었는데 무당질이나 하고, 원, 참.” “그놈의 가시나가 나라 말아먹는구먼.” “투포 헛 찍었어.” “지 애비를 욕보이는 꼬라지가 되었군.”하는 말을 듣고 그저 답답 우울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주 개차반 되어 창피하고 부끄러워 해외 여행 가는 것도 몇 해 미루어야 하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라틴어 명언 “Vox Populi, Vox Dei”를 우리말로 옮기면 “백성의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다” 또는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명언을, 오늘 저는 이렇게 번역하고 싶습니다. “민초의 외침은 역사의 외침이다”라고 의역하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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