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정치인 선거 유세. (이미지 출처 = vimeo.com)

치사 치사(致死 恥事)

- 박춘식


따뜻한 손으로 갖가지 생명을 보살펴 오던
농사짓는 흙 노인을
냉랭한 직사포
물 포탄으로 죽도록 끌고 가는 정치까들
농민이 지은 쌀밥을 먹고 그 농민을 죽이는 정권

-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 땅에 쏟아진 무죄한 피의 값이 모두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이나 현인들의 명언이 환하게 밝은데도
정도(正道)에서 멀리 탈선한 더더러운 나라
돈지랄하는 나라 한참 칙칙한 나라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뽑아버리고 싶다, 아니면
치사 치사(致死 恥事)로 바꾸고 싶다
*마태오 복음서 23,35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1950년 6월 전쟁 때 자기만 살겠다고 몰래 서울을 빠져나간 이승만 그리고 탱크를 앞세워 권력을 빼앗은 쿠데타 등등등, 한두 사람 외 모든 대통령이 국민보다 자기 자신을 위하여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슬픈 우리 현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어느 교수가 공개강좌에서 말한, ‘대통령 당선에 그리고 국회의원 당선에 부정한 방법 등 혼신의 힘을 쏟는 사람들만 있지 당선된 다음 제 위치에서 국민을 위하여 일을 바르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직언을 듣고 크게 공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선되기 위해 열불 나게 뛰어다니던 그 노력의 절반의 절반이라도 국민을 위하여 올바르고 겸허하게 일을 하였다면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기본 자세를 보여 주는 지도자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마음만 답답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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