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서울 지하철 2호선 노선도. (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

묵주 알에서

- 박춘식


지하철에는 여러 묵주가 있다
초록 묵주
붉은 묵주
푸른색 묵주
기쁨 영광 아픔 빛살 가방을 들고
사람들은
묵주 알에서 부산하게 내리고
또 다급하게 올라탄다

10월의 지하철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면
땅 밑 어둠에서도
하늘 어머니의 하늘 손을
꼭 잡을 수 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0월 3일 월요일)

 

묵주와 염주가 비슷하다고, 어느 목사님은 두 종교를 싸잡아 우상 숭배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묵주기도는 단순한 기도인데 묘한 점은, 입 기도를 계속하면서 생각으로는 수천 년 구원의 역사를 꿰는 아주 심오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분심 잡념 하기에 아주 좋은 기도입니다. 예수님을 생각하다가 슬그머니 동네를 한 바퀴 돌거나, 신부나 수녀에게 따지고 싶은 일들을 줄줄이 챙겨보는, 참 재미있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묵주기도만큼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기도는 다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신교는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형제들이 싸우는데, 이것이 곧 여러 교파를 만드는 꼴로 드러납니다. 만약 천주교회가 성모님을 공경하지 않으면 1년도 안 되어 여러 교파로 갈라지리라 여깁니다. 공의회파 라틴어미사파 베드로파 아시아파 바오로파 아프리카파 6성사파 아홉성사파 로마파 예루살렘파 등등 여러 교파가 생기리라고 여깁니다. 성모님을 기쁘게 모시는 묵주기도는 천주교회를 하나로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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