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순례 길.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순례자의 기도 1

- 박춘식

하느님에게 나아가는 길에는
하느님이 가득
성모님 모시고 걷는 길에는
하늘 사랑 땅 사랑 가득
사도들 성인성녀들 기리는 길에는
물 바람 흙 가득
순교자들 증거자들 기리는 길에는
흙 나무 불 가득

누구나 걸어야 하는 시간여행도
저희에게는 주님을 향한 순례길입니다

초침의 속도와 함께 주님을 부르고
분침의 흐름 안에서 겸손을 실천하며
시침의 걸음으로 시간 공간 행위를 성찰
참회하도록 이끄소서
아멘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위 기도는, 반시인(半詩人)이 바치는 아침기도의 한 부분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40여 년 동안 기도문을 다듬고 가감하다가 이제는 고치지 않는 기도문이 되었습니다. 기도를 계속 바치면서 느끼는 것은, ‘주님의 기도’만큼 아름다운 기도는 다시 없고. ‘주님의 기도’만큼 위대한 기도는 없다는 사실을 통감합니다. 건방진 말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신앙생활의 방향이나 깊이는 ‘주님의 기도’ 안에서 찾아야 하므로, 아침에 꼭 한 번, 저녁에 꼭 한 번은 천천히 바치는 것이 하느님의 자녀 된 도리라 여깁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이기 때문에, 많은 신학자들은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벽한 기도라고 말합니다. 늘 불안하고 늘 부족한 인간이 의지하고 쉬어야 하는 곳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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