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대림초. (이미지 출처 = flickr.com)

2016년 대림 촛불

- 닐숨 박춘식


까치의 대림은 3월인 듯
날개보다 긴 꼬챙이를 물어
멋있는 대림환을 만든다

떨어진 이파리들은 끼리 엉키어
흙에서 서너 달 대림 피정을 마치면
나뭇가지로 싹눈을 밀어 올린다

칠흑 어두움의 땅을 밝혀주는
120만의 촛불이 대림초처럼
성당의 보랏빛 촛불이 민초의 함성처럼
뜨겁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슨 뜻일까
까치에게 물어볼까
잠잠히
대림환 앞에 손을 모은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민주주의는 ‘우리 민주주의로 하자’라는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 피로써 얻어진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체험 중입니다. 독선과 독단이 얼마나 무모하고 얼마나 더러운지, 우리는 두 눈으로 빤히 보고 있습니다. 대선에 출마할 때, 처음 어느 분이 반대하면서, ‘박정희의 한두 가지 업적(?)까지 깔아뭉갤 거다’ 했는데 정말 그분 말대로 박정희의 작은 점수까지 몽땅 무너뜨리고 있는 듯합니다. 부모 교육까지 들먹이니까 이제 더는 할 말이 없는 듯합니다. 앞으로는 공공연하게 ‘여자가 하면 일이 잘 안 돼’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어, 생각이 깊은 여성들은 내심 여러 가지로 착잡한 마음을 가지리라 여깁니다. 그나저나 대림 촛불을 바라보면서 광화문 촛불을 연상하게 되는, 올해 대림시기는 참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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