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다', 얀 티렌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야곱의 하느님

- 닐숨 박춘식


걸핏하면 검지로 하늘 찌르며
꺽꺽 참으라고 한다
괴로움 위에 외로움을 덧칠하면서
이제는 더 살기 싫다는 데도
저 멀리 구천(九天)을 올려보라고 한다

코앞에 하늘을 먹으면서
빤하게 보이는 연줄을 잡고 있는 데도
어찌 그리 멀리 보아야 하는지

밤을 지새우는 씨름으로 하느님을 이긴
야곱에게 뛰어가 한 수 배워야겠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월 16일 월요일)

죄인에게 하느님은 무섭고, 무조건 십자가 바라보아야 하고, 인내와 고통으로 기다려야 하고, 대죄를 지으면 은총이 싹 사라지고, 하느님은 사랑이시지만 작은 죄를 범하여도 간격이 벌어지고 등등, 아직도 성당에서 가까이 갈 수 없는 하느님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무리 큰 죄를 범하더라도 하느님은 절대로 우리 마음을 떠나지 않으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장 항의하는 성직자가 있겠지만 제 체험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창세기 4장 15절, 아벨을 죽인 카인이 절망으로 큰 두려움에 떨 때에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 그런 다음 주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 이 구절을 보더라도 하느님은 악인을 보호하십니다. 긴 막대기로 더러운 것을 덮어 주는 자세로 보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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