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새를 기다리느라고 땡감은 화장을 발갛게 하는가.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기다림이 나무가 되면

- 닐숨 박춘식


새를 기다리느라고
땡감은 화장을 발갛게 하는가
그럼 새는 누구를 기다리는가
개미는 무엇을 기다리며 일하는가
사람은 누구를 기다리며 살아가는가
대를 이어갈 만큼 오랜 기다림이 있는가
미루나무는 맨날 발꿈치만 드는데
어떤 기도를 바치면 우듬지가 별이 되는가

시간이 영원을 기다리다가 막판에
시간이 영원을 부둥켜안으면
과거와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기다림이 나무가 되면 정말로 모든 가지들이
뿌리로 변하여 하늘을 빨아먹을 수 있는가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천주교회의 전례 주년은 구세사를 재현하는 매우 신비스러운 내용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예언을 통하여 약속된 구세주 예수님께서는 교회 전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영적으로 준비하는 기본 자세는 회개와 기도 그리고 겸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림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시기라고 생각할 때, 사람을 기준으로 장애물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오시는 구세주를 중심으로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버리거나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 바른길이라 여겨집니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계절이 또한 전례 정신으로 변화되는 묘한 일치를 느낄 수 있어서 매우 흡족하다는 생각도 가집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연과 함께 대림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닙니다. 집 밖의 나무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구세주를 모시기 위하여 모든 것을 비우면서 기도하고 있는지 성찰함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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