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마리아, 요셉과 고요한 밤에 태어난 아기 예수.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오시는 그분에게

- 닐숨 박춘식


기다림은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그분을
마음으로 모시기 때문이다
혹시 삼단논법으로 모시겠다면
서론-연필, 본론-강의록, 결론-박수

헝클어지고 때 묻은 마음
청소하기 힘들면 끙끙 감추지 말고
차라리 너저분한 현수막을 걸어 두면
그분의 미소라도 볼 수 있으리라

마음으로
몸으로
영(靈)으로, 모셔야 하는 그분에게
‘고요한 밤’을 드릴 수 있을는지
목젖이 뜨겁게 내려앉는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사람은 저렇게까지 추하게 변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 또 관료들과 정치까들은 결코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명료한 정황들, 2016년에는 별빛 없는 성탄을 만날 것 같은 서글픔, 앞으로 여자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저런 꼬라지가 되리라는 본보기로서 실망감, 거짓말과 변명이 가득한 어른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순진한 아이들, 이러한 그림 병풍 아래 계시는 아기 예수님께 무슨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또 새해에는 어떤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모든 종교 지도자들, 모든 학교 교사 교수들, 모든 시인들과 예술인들,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 그들도 모두 흠이 많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아이들을 위하여 무릎 꿇고 기도하라는 천명(天命)으로, 2016년 성탄과 2017년 새해를 겸허하게 보내시기를 청원 드려도 될는지요?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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