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평화의 촛불. (이미지 출처 = flickr.com)

엑소두스 꼬레아나(*EXODUS COREANA)

- 닐숨 박춘식


메마른 사막에 서 있는 우리는
지팡이 대신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이 모여 모여 불기둥을 세우지만
열 번째 재앙에도 독재자는 무지 불능이다
고금동서 독재자의 끝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패군과 간신들은 하늘 두려운 줄 모른다

2017년 엑소두스 현장에
우리는 모두 모세이다 그리고
모든 촛불은 평화를 부르는 나팔이다
더러워진 산하에 다시는 독버섯 돋지 않도록
불기둥을 높이 올린다면
아이들에게 흰 날개가 돋아나는 걸 보리라
혼(魂)을 흔드는 북소리, 엑소두스 꼬레아나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월 2일 월요일)

*엑소두스(EXODUS)는 구약성경 창세기 다음 성경으로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탈출기입니다. 엑소두스 꼬레아나(EXODUS COREANA)라는 라틴어는, 우리나라가 부정부패와 독재로부터 탈출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명제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명 존엄과 홍익이념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지상명령으로 이즘의 촛불들이 모든 부정 불의를 밀어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는지 모두 성찰 참회하면 하늘의 기운이 새롭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염원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소나무도 죽어 가고, 강물도 신음하고, 닭 오리를 죽여야 하고, 물가도 잡아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가뿐하게 만들어야 하고, (창피-망신-부끄러움-지랄병-치졸-복장터질개짓거리) 이러이러하여, 그러그러하여, 신앙을 가진 이들부터 먼저 겸허하게 기도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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