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스물두 살, 한 교양필수과목 수강 중에 자서전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물음표를 던지다’. 당시 자서전에 붙인 제목이었다.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물음표는 당시 나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 주었다. 책머리에 ‘어쩌면 내 인생은 수많은 독후감들과 영화감상으로 가득한 모음집’이라고 표현하며, 그때까지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책과
모태신앙에서 신앙적 사춘기로어떤 의심과 질문도 없이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하느님을 한없이 믿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모태신앙에 냉담 한 번 해 본 적 없던 내가 지금은 거친 신앙적 방황기를 보내고 있다.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없다. 그러나 내가 배운 하느님은 특정 누군가의 하느님에 불과하며 어쩌면 내가 믿는 하느님 역시 일종의 ‘세뇌’에 의해
나의 한 평짜리 집, 고시원현대의 가장 역설적인 단어 중 하나는 ‘고시원’이 아닐까 싶다. 원래는 고시 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좁은 책상과 작은 침대만이 허용되는 작은 방들을 부르는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시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노량진 같은 학원촌을 벗어나면 고시 공부를 위해 고시원에 사는 사
의지와 노력의 부족이 스트레스를 초래했을까자신의 스트레스 지분율을 따져 본 적이 있는가? 몸이 따끔따끔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날이면 침대에 주저앉아 생각하곤 했다. 대체 내가 무엇을 이렇게 잘못했기에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건지. ‘내 탓이오, 내 탓이오’를 중얼거리다가 어느 날에는 폭발해 버렸다. ‘이건 도저히 내 탓이라 할 수 없어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박 전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이란 무엇일까. 탄핵 심리 기간 내내 국민의 의문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약속한 조사도 받지 않고 마침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이 결정되었음에도 승복의 메시지 없이 이틀을 보냈다. 그 사이 태극기 집회의 격렬한
졸업 뒤 취업한 선배가 그렇게 이야기할 때에는 몰랐다. 그런데 나의 졸업이 다가오니 예비 노동자로서 너무나 와 닿았다. 노동의 가치. 우리는 그것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채로 대학 시절을 보낸다고. 빠르든 늦든 대선의 해를 맞아 내가 생각하는 이상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다 보니 모든 개혁의 실마리는 노동에서 오는 것이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노
평화 시위의 두 얼굴‘평화’라는 덫에 스스로 빠져들어서 원래 일어났던 ‘변화’의 목적을 상실한 것은 아닌가. 광화문에 백날 모인들 이렇게 모이고 해산하는 것을 반복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폭력성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것이었다면 과거의 민주화 운동은 모두 의미 없는 것이었나? 전 세계로부터 평화적 집회에 환호를 받은 지난 연말이었지만, 정작 한동안 꿈쩍
탄핵이 가결된 날, 많은 이들은 환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떤 이들은 분명 원통했을 것이며 어떤 이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사당의 의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무겁고 진중했다. 그날은 분명 즐겁기만 한 날은 아니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다시 끌어내린, 끌어내릴 수밖에 없음이 증명된 날이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
이 시국에 여성문제를 말하면 눈치 없는 사람인가?‘강남 아줌마’나 ‘무당년’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불편하다. 온 국민이 부패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 하나되는 이 시국에, 무의식적으로 퍼져 나가는 차별적 언어에 불편해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일까? 여기서 여성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덜떨어진 페미니즘일까?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고 며칠 지나지 않아
현 공무원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이제 국회에서 논의하기 시작한 지 몇 달이다. 국회에서 들고 나온 답안은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경우에 따라 파면하기도 하는 ‘성과퇴출제’다. 과연 성과퇴출제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행정부와 공무원을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능력주의는 효율성과 정의의 측면에서 타당하다
스스로 바리사이가 되지 말자고 다짐할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내 편의를 위해 옳은 것마저도 바리사이화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 때가 많다. 사실 그 경계란 참으로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그럴 때 큰 지침이 되는 분들이 바로 성인들, 그중에서도 순교자들이다. 순교자 성월은 참 신앙이 무엇일까 묵상하기에 참 좋은 달이다. 더불어 물드는 나뭇잎과 날로 청명해지는
지난 3주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인 컴버미어의 ‘마돈나 하우스’라는 수도공동체에서 생활했다. 러시아 난민 출신 여성이 설립한 이 공동체는 평신도들과 사제가 모여, 성모님과 요셉 성인, 어린 예수님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나자렛의 삶’을 지향하며 검소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온타리오 주는 캐나다의 동남쪽에 있고 따라서 미국 국경과 가까운
“....공연을 보는 내내 울고 웃으면서 모든 감정을 쏟아 냈어요. 공연이 다 끝났는데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기도했어요. 뮤지컬 배우가 돼서 저 배역으로 무대에 서게 해 달라고. 어린 시절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제 인생을 180도 바꿔 놓은 게 ‘맨 오브 라만차’니까요.”
가톨릭 학생회 ‘여름 생태 농촌 공소 활동’을 회상하며가톨릭 학생회의 여름 방학은 농활로 시작한다. 작년은 메르스로 농활이 취소됐고, 우리의 마지막 농활은 2014년이었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름 방학인데, 이번엔 아쉽게도 농활에 참여하지 못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고 살자던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움을 느끼다가, 조금이라도 더
"언니, 가톨릭에서는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면서요?"가톨릭 학생회에 갓 들어온 스무 살 여자 후배가 물었다."그렇지. 그런데 너는 신자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한다?""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어요. 그냥 가톨릭이니까 그렇게 가르치겠거니 싶었어요."그 친구를 당장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보다 앞서 밀려온 뒷통수 맞은 듯한 느낌에 멍해
‘자유학기제’에 대해 들어보셨나요?이번 학기에는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중간고사를 치지 않는다. 자유학기제란 박근혜 정부의 교육 공약으로 중간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 실습수업이나 체험활동을 하는 제도다.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좀 어떠니? 아이들은 시험
그것이 어떤 형태의 공동체이든, 자의든 타의든,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많은 이론과 철학이 있어 왔고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인류의 고민이었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라면 행복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제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온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릴 듯 추운 날씨임에도 졸업식이다 입학식이다 해서 제법 활기 있는 요즘이다. 아직 학교 끝날 시간이 아닌데도 길거리에서 종종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정말 졸업이 얼마 안 남긴 했나 보다. 그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학교, 교실, 친구들, 선생님, 교과서, 종소리 등 근 몇 년간
실수로 뒤범벅 된 여행. 절망해야 하나?교통비에 입이 쩍쩍 벌어지는 유럽에서, 여행 중인 학생에게 기차를 놓치는 것만큼 아찔한 상황은 없다. 더군다나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경우, 첫 번째 기차를 놓쳐서 도미노처럼 모든 기차를 놓쳐 버렸을 때. 심지어 그것이 마지막 기차였기 때문에 원래 도착 예정지의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하지 못하고, 내린 기차역 근처에
새 의장에게 쓴 편지“지금 네가 품고 있는 열정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 드리고, 너와 함께하는 일꾼들도 그만큼의 ‘마음의 불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믿어 줘. 그리고 즐겨! 큰일나지 않아. 꼭 그 방법이 아니라도 괜찮을 수 있어.” 친한 후배가 가톨릭학생회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머나먼 캐나다에서 편지로 대신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