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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노동을 다시 배워야 하는가[지금여기 청춘 - 변지영]

졸업 뒤 취업한 선배가 그렇게 이야기할 때에는 몰랐다. 그런데 나의 졸업이 다가오니 예비 노동자로서 너무나 와 닿았다. 노동의 가치. 우리는 그것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채로 대학 시절을 보낸다고.

빠르든 늦든 대선의 해를 맞아 내가 생각하는 이상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다 보니 모든 개혁의 실마리는 노동에서 오는 것이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노동 가치의 교육이다. 일상이 무너지고, 나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그래도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 공동체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는 어떤 교육이 필요했던 것이다.

선거 공약들을 보니 부동층은 젊은 유권자다

‘부동층을 움직이는 자가 승리한다’. 선거에서 거의 명제처럼 통하는 이 공식을 통해, 대체로 투표율이 낮고 정당일체감도 약한 20-30대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치 노선에 관계 없이 너도나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부동층을 의식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수 진보 진영 대부분의 후보들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자의 삶’을 주요 공약으로 걸었다. 대권 주자들 중 보수 인사 중에서조차도 신자유주의의 중요성을 표방하며 노동을 자본주의 시장의 생리 속의 부산물로 취급하는 자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부의 양극화로 인해 무너지고 있고 대다수의 유권자, 특히 젊은 층은 그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질을 꼼꼼히 판단하려면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야 한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 취업난,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 젊은이들의 삶이 날로 핍박해지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노동의 가치 교육’에 있다. 이것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동시에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교육이란 의무 교육 과정에서 행해지는 교과서를 통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시민의 사고와 행동을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다. 대중 매체를 통해, 언론을 통해, 옆집 사람을 통해, 가정을 통해 나날이 경험하고 학습하는 일상의 영역 역시 시민 교육의 영역이다.

   
▲ 우리는 노동에 대해 다시 배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왜 노동에 대한 교육이 답인가

그런데 우리 시민은 세상에 보잘것없는 노동은 없다고 배운 적이 없다. 존재하는 수만 가지의 직업들은 분명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 될 일들일 텐데 우리가 지향하는 직업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 결과 학교에서부터 무한경쟁을 경험하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안정적 봉급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을 차지한 자가 승자가 되는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경험한다. 왜?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교육받은 적이 없다. 교과서에 실린 짤막한 몇 줄의 문장 말고, 삶에서 생활에서 경험으로 학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 그 자체를 신성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정규직 비정규직 혹은 연봉의 액수에 따라 다른 처우를 받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노동의 결과가 대체 어떤 결실을 맺는가 아무런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좋아하는 것, 소명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안전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모든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해져야 진정한 의미의 시민 교육이 가능하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교육되고 빛을 볼 때 어떤 아름다운 결과가 오는가.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어떤 길을 택하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권익을 보장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은 더욱 다양하고 모험적인 길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을 밟아서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무한경쟁 시스템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는 그들은 공동선과 자아실현을 중요 기준으로 사회 진출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라면 아이 낳기가 두려워지지 않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교육비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이 없고 노동의 가치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학습된 사회에 천박한 계층 의식 따위는 없다. 아이가 아이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곧 부모의 행복이 된다.

예비 노동자로서, 노동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사실 이것은 아주 추상적인 것들이며 정치인은 이것을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어로 풀어내야 한다. 경험을 비춰 보니 가톨릭 학생회 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여름 생태 농촌 공소활동’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톨릭 학생회는 생명 농업을 추구하는 ‘가톨릭 농민회’ 안동 지부와 10년 전부터 협약을 맺고 여름 방학마다 긴 농활을 간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주제는 ‘생태’였다. 최근 들어 집행부들은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농활의 변화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만일 내게 기회가 있다면 ‘노동’에 초점을 맞춘 농활을 기획해 보고 싶다. 나의 행위가 논밭의 생명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경험하고, 그렇게 농사 지은 음식들로 식단을 만들고, 동시에 흘린 땀에 비해 보상받지 못하는 농민의 삶에 대해 공부하고,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며, 졸업 뒤 취직에 앞서 자아실현과 공동선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노동을 고심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 우리 젊은이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고시촌에 처박히고,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에 대한 대가가 그나마 보장되어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해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행복에서 먼 하루하루를 보낸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이것을 어느 진보정당의 정치 슬로건 정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 가사 노동이 노동인 줄도 모르고 집에서 대우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주부들, 근무 외 수당은 꿈도 꾸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부모가 말하는 괜찮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 꿈 없는 학교생활을 하는 10대들. 정말이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새로 자리 잡혀야 한다. 나의 노동이 돈이 아닌 행위의 가치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변지영(스텔라)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58대 의장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글라라 57대 회장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중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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