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달리는 부활- 닐숨 박춘식 월요일-암흑의 사람들에게 생명이 다가오고어둠으로 사는 백성들이 큰 빛을 봅니다 화요일-그들은 하느님을 찬송하고불길 한가운데를 거닐며 주님을 찬미합니다 수요일-그들은 지팡이를 보다가 하늘을 올려보며홍해를 마른 땅처럼 걷고 춤추듯 뛰어갑니다 목요일-바위가 쪼개지면서 물이 솟구치고그들의 사막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금요일-밤이 물러가고 낮이 밝으니, 새 사람들은어둠을 벗어 던지고 빛의 갑옷을 입습니다 토요일-한때 암흑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서사람들이 빛의 자녀답게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안식일이 지나고
시인의 부활 인사- 닐숨 박춘식 이웃 종교의 금언(金言)을 빌려일체유신조(一切唯神造)...첫새벽마다 참마음이 부활할 때해맑은 십자가로 거듭 부활하소서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4월 2일 월요일)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경의 중심 사상으로 불자들은 다 아는 금언입니다.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을 인간의 마음이 들어서 짓는다’는 것. 또는 ‘흥망성쇠, 희로애락 등이 다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요. 인간의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만든다는 의
십자가를 그리는 성주간- 닐숨 박춘식 성주간은.어머니 앞에서 피범벅이 된 그 아들을그 하늘 사랑을 만나야 하는 침묵입니다경천 졸도할 십자가의 현장에서눈을 감고 핏자국을 보아야 하고귀를 막고 망치 소리를 들어야 하며끝없는 자비를 느껴야 하는 시간입니다 성주간은.하 깊은 주님의 사랑을들숨 날숨으로 사무치게 그리며심장 판막에 십자가를 그려야 하는참회의 몸짓입니다 그리고새 생명의 빛살을 느끼는 진동입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26일 성주간 월요일) ‘그리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보고픈 사람을 그리
성 요셉 대축일 아침에- 닐숨 박춘식 어느 시인은‘낮에 보는 하늘은 가짜 하늘이다’라는말을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하는순간 성가정의 요셉 성인이 아련히 보이는 이 천 년 전밤하늘의 놀라운 꿈을 또렷이 들으시고별빛 가득한 사막 피난길을 걸으시고사흘 밤낮 헤매시다가 아들을 찾으시고하늘 손을 잡으면서 고이 숨을 거두시고 여기저기 요즘손잡아 달라는 영혼들의 애원을 들으시는몰아쉬는 끝 숨길을 일일이 찾아다니시는그리고 하늘 문을 환히 열어주시는 성 요셉 대축일 아침에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19일 월요일) 해마다 3월
자연은 명령하지 않는다- 닐숨 박춘식천둥과 벼락은 엄포가 아니고구름끼리 쪽쪽하는 환호성이다*또 하느님의 헛기침 같지만, 실은대자연 교향곡의 주제선율이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쪽쪽’은 뽀뽀와 다른 딥 키스(deep kiss)를 표현한 말입니다.자연의 이치 또는 자연의 질서를 사람들은 자주 ‘자연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법’(法)이란 글자는 강요의 느낌이나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표현은 달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시간의 주기적인 움직임은 엄격하게 진행되지만
참회의 기도를 바치오니- 닐숨 박춘식 끝없는 사랑으로 지음을 받은 저희가바르게 섬기기보다 자주 하느님을 이용했습니다슬며시 성경을 밀어내기도 하고어느 때는 주먹으로 마구십자가에 망치질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참아주시는하느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성당에서는 으스대는 심각한 얼굴시도 데도 없이, 먼저 가지려는 제 욕심술잔과 여자 앞에서는 여우 눈동자로수표를 만질 때는 가슴 두근거리며하느님을 훼방꾼처럼 번번이 외면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하느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형제의 잘못도 곧바로 저의 죄악이오니무릎 눈물로 꿇어 땅 깊이
송치문 공소회장- 닐숨 박춘식 박해 끝나고 몇 년 후 - 산골 어느 공소의 냉담교우가 사경을 헤맵니다 - 공소의 송치문 회장이 황급히 달려와 기도하며 걱정 - 사십 리 되는 성당에 병자성사 청하는 시간이 서너 시간 - 어떡하나 - 고해성사, 아이고 신부님, 고해 - 헉헉 애원하는 처절한 모습 - 다급 초조 - 예수 마리아 요셉 - 어떡하나 - 그 순간 성모님과 요셉 성인께서 암시하셨는지 - 송 회장은 환자에게 - 자네가 지은 죄를 나에게 다 말해주면 - 장례 마치고 곧바로 성당 가서 - 자네 죄를 신부님에게 내가 대신 고백할 터이니
빛살기도라는 말- 닐숨 박춘식 세태(世態)가 레이저같이 급급하니까시인은 우뇌 좌뇌를 주먹손으로 두드립니다우선 ‘빛살기도’라는 단어를 머리에 넣고그 위에 ‘화살기도’를 대선배로 고이 모십니다 섬광기도 - 레이저기도 - 번쩍기도 - 순간기도 - 탄알기도 - 뿅기도 - 휘익기도 - 빛살기도 - 광속기도 - 찰라기도 - 번개기도 - 눈깜짝기도 - 깜짝기도 - 삽시기도 - 일순기도 - 순식간기도 - 빛기도 - 퍼뜩기도 - 잠깐기도 - 후딱기도 - 불똥기도 - 깜빡기도 - 후닥닥기도 - 지딱지딱기도 - 음속기도 - 초음속기도 - 곧장기도 -
마흔 가지 질문- 닐숨 박춘식 허연 수염발의 시골 사제가사순절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마흔 가지 질문을 만들고마흔 가지 대답을 하는 기간이라고 풀이합니다마흔 가지 질문을 사십일 동안 만들어도 좋으니꼭 스스로 적어보라고 말합니다 엄마 엄마,왜 시계 바늘은 항상 같은 자리에 뱅뱅 돌아가나요이렇게 물어보던 아이를 생각하며 적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넘치는 사랑으로 오늘은 무얼 하세요? 화날 때 분풀이 소주를 어떻게 참아야 하나요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좋은 길이 어디냐고 물어, 너희 영혼이 쉴 곳을
기어올랐던 시나이 산- 닐숨 박춘식 오른쪽 팔뚝을 한 뼘 앞으로 밀고왼쪽 정강이를 당겨 올렸습니다이어 왼쪽 팔꿈치를 윽윽 들고오른쪽 무릎을 끌어 바위 위에 놓았습니다십여 년 전, 시나이산 정상 20미터 아래엎드린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시나이 산은 종교 1번지’임을 동의하며*저의 신앙 기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태양이 하느님의 눈빛으로 솟을 때억센 바위들과 자갈 모래언덕이 납작 엎드려울부짖는 소리를 보고 들었습니다 제 마음이 속에서 뒤틀리고죽음의 공포가 제 위로 떨어집니다(시편 55,5)그럴 때마다시나이 산은 저를 번쩍 끌어당깁니다
2월 2일이 시춘(始春)인 듯이- 닐숨 박춘식 긴긴 겨울의 끝이 보이는 성전에서시메온의 감사와 찬미 기도는 봄을 알립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봅니다 ‘이 아기는’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 십니다 * 주님 제단에 촛불 바치는 우리의 오늘 정성은입춘대길을 잇는시춘대은(始春大恩)입니다, 이날마리아 님께서 제물로 바친 두 마리 흰 비둘기는예루살렘 하늘 높이 세 번 선회한 다음지금한반도를 향하여 날아오고 있습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29일 월요일)* 루카 복음서 2,30.32 시춘(始春)은 입춘(立春) 또
절벽을 찾는 사람- 닐숨 박춘식 마지막으로 시인을 찾아왔다며절벽에 급강하 비행 하는 모습을 시로 만들어자기를 기억해달라는 청년이 왔습니다저는 청년의 손을 꼭 잡고 걸었습니다제일 우아한 절벽을 찾아보자고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사하라 중동에서도 절벽을 찾지 못하고고비사막으로 접어들었습니다마음에 드는 절벽이 보이지 않는다고땅끝에는 수직 낙하지점이 있을 거라고중얼거리며 백두대간의 길섶에 후유 쉬는 동안땅끝에서 구름을 올라오게 하시는 분(시편135:7)에게 두 팔을 높이 세워 하늘을 바라봅니다‘삶의 그래프는 직선 직각이 아니다’
령시인이 만든 이야기- 닐숨 박춘식 짙푸른 산 입구 안내소 - 입산 기록부? - 직업 이름 남녀 나이를 적으라고 한다 - 웬 세상에 - 종교 친목으로 세 남자가 와서 - 승려 목사 신부라고 적었다 - 산신령 같은 노인이 직업을 다시 적으라고 하여 - 불교 개신교 천주교 성직자 - 틀렸다고 다시 적으라 한다 - 셋이 의논하여 - 남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 - 그런데 노인이 하나 더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 신자들을 다스리고 지도하는 사람 - 노인이 화를 벌컥 내며 틀렸다고 다시 - 셋이 골똘히 생각한 끝에 - 남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그러니까 디지도록- 닐숨 박춘식 ? 왜 저는 맨날 같은 자리입니까? 작은 거라도 원하는 대로 되어야지요? 저에게는 왜 기적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묵묵무언의 산수(傘壽)께서 두루마리를 주며벽에 걸어 아침 읽고, 저녁에도 보라고 하셨는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매우 정상(正常)이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 그것은 기적이다- 원하는 것보다 더 얻으려면 디져야 하느니라 그러니까 기도를 디지도록 바치란 뜻인지새해 덕담에 화들짝, 두루마리를 꾹 쥐고땅바닥 보다가 머리를 하늘로 무겁게 듭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8일
피눈물의 하느님- 닐숨 박춘식 악덕 거부(巨富)가 니체를 찾아가신(神)의 주검을 매입합니다, 그리고백금 침대 위에 번쩍 눕혀 재력을 과시한 다음황금만능을 우람하게 팔방으로 고합니다 얼마나 자질구레 해부하면서조각조각 나누어 팔았는지구경하던 악마가 끅끅 놀라 나자빠집니다억 억 만능칩을 전자기기마다 붙이면서사람들은, 신(神)을 오로지 돈벌이로오만 전자제품의 첨단 기능으로 활용합니다찢어지면서도 사람을 버리지 않는신(神)은, 피눈물로 사람을 보살피고 계십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1일 월요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Nihil Novum Sub Sole- 닐숨 박춘식 늘 그 시간에 해가 솟습니다늘 그 자리에서 밥을 먹습니다늘 그 길로 출근합니다코헬렛 1장 9절 말씀과 같습니다‘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새해, 마당귀 코스모스는 우중충 떨고 있습니다흙은 왜 코스모스를 놓아주지 않는지잠시 보고 한참 생각합니다‘내가 키웠으니 내게 돌아와야지’ 말하는 흙바닥은얼어 죽은 뿌리를 지금까지 꾸욱 움켜잡고 있습니다 새롭지 않았던
벌써 크리스마스라니요- 닐숨 박춘식 널찍한 8차선에는 사슴들이 달립니다외양간을 장식한 사람들은 지금호텔에서 고요를 두드리며 흐물거립니다새해 달력의 아가씨가 생끗큰 젖가슴을 뽀얗게 보여줍니다사막의 별은 미세 먼지들이 말아먹고사람의 별은 우락부락합니다 무릎 굽히는 운동도 못 했는데드릴 선물도 준비 안 되었는데주님,벌써 크리스마스라니요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2월 18일 월요일)성탄의 신비는 매일 아침 하강하는 빛살로 나타납니다. 메시아는 우리 태양이시고 환호이시며 생명이시라는 진리를, 아침 빛살은 말해 주고 있습니
‘사람’에 대한 성찰- 닐숨 박춘식 영혼 마음 몸, 세 방을이어주는 마룻바닥이한 뼘 넘게 벌어지면하느님의 작품이 뿌아진다 *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부서지다’의 경남 방언 사람은 무엇인가, 또는 인간의 한계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 앞에서 객관적인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질문은 몇천 년 내려오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은 목표가 분명하여 좋지만, 하느님과 관계에 있어서 자신만만하게 나설 분
마리아가 마리아님이 되어- 닐숨 박춘식 천년 기다림의 마지막 장면을온 마음 온몸으로 품었다 마리아는 두 무릎을 꿇고두려운 하늘 길을 말끔히 펼치며그다음 별빛 움막에서넓고 높은 하늘을 껴안았다 메시아,천 년 또 천 년 기다림의 끝은마리아였고대림(待臨)의 주인공 메시아 뒤에는최상의 조연(助演)으로순진무결한 마리아님이 계셨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2월 4일 월요일)대림시기의 주인공은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메시아이십니다. 그런데 메시아 기다림의 마지막 문은 마리아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리아님의 동정을 통하여
가난한 마음 안으로- 닐숨 박춘식 참노라면 불쑥 나타나는 봄처럼그러한 기다림이 아닙니다지금쯤 바람티를 넘어오고 있겠지시계를 보는 기다림도 아닙니다 그분은 시간 위를 걸으시고그분은 공간 밖에 계시기 때문에뒤꿈치를 세우는 일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 안으로별빛 따라 고요히 오시는메시아 앞에는반짝이는 물대야와 뽀얀 수건 그리고뜨거운 기다림의 눈물이면 합당할 듯합니다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교회 전례를 따라, 새해가 시작됩니다.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자세는, 준비된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