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사진 출처 = Pixabay)

자연은 명령하지 않는다

- 닐숨 박춘식

천둥과 벼락은 엄포가 아니고
구름끼리 쪽쪽하는 환호성이다*
또 하느님의 헛기침 같지만, 실은
대자연 교향곡의 주제선율이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12일 월요일)

* ‘쪽쪽’은 뽀뽀와 다른 딥 키스(deep kiss)를 표현한 말입니다.

자연의 이치 또는 자연의 질서를 사람들은 자주 ‘자연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법’(法)이란 글자는 강요의 느낌이나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표현은 달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시간의 주기적인 움직임은 엄격하게 진행되지만, 시간과 공간 안에서의 모든 자연현상은 너무 아름답고 푸근합니다. 국가 운영이나 사회 안정과 발전을 위하여 사람들은 수많은 법을 만들고, 그 법은 곧 명령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자연은 명령 대신, 조화와 질서를 통하여 새 삶과 풍요 등을 보여 주고 이끌어 주고 감싸 주는 어머니라고 생각됩니다. 국가의 법이나 교회의 법이 명령으로 느껴지기보다 등불처럼 편안하게 이끌어 주는 어머니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천둥 번개를 하느님께서 야단치시는 말씀으로 여겨도 좋지만, 잠시 후 찬란한 파노라마를 보여 주기 위한 신호탄으로 생각하면 더 신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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