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기도 (이미지 출처 = Unsplash)

참회의 기도를 바치오니

- 닐숨 박춘식

 

끝없는 사랑으로 지음을 받은 저희가

바르게 섬기기보다 자주 하느님을 이용했습니다

슬며시 성경을 밀어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주먹으로 마구

십자가에 망치질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참아주시는

하느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성당에서는 으스대는 심각한 얼굴

시도 데도 없이, 먼저 가지려는 제 욕심

술잔과 여자 앞에서는 여우 눈동자로

수표를 만질 때는 가슴 두근거리며

하느님을 훼방꾼처럼 번번이 외면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하느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형제의 잘못도 곧바로 저의 죄악이오니

무릎 눈물로 꿇어 땅 깊이 뉘우칩니다

가정 이웃 일터 교회의 모든 더러움을

하느님께서 씻고 치대며 말끔히 헹궈주소서

 

참회의 기도를 바치오니

자비의 하느님, 저희를 용서하소서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5일 월요일)

 

사람은 누구나 다급하면 하느님을 찾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은 사람이라도 벼락 같은 큰일이 생기면 무심코 “하느님-” 하고 부릅니다. 사순절에는 ‘시도 데도 없이’(=시간과 장소도 없이) 기도를 많이 바쳐야 하는 시기이므로 더더욱 다부지게 노력하시리라 여깁니다. 울적할 때, 속이 뒤집힐 때. 화가 욱 치솟을 때, 너무 놀랄 때, 묵묵히 눈 감고 ‘하느님!’ ‘하느님!’하고 부르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사순절에 실천해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은 겸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인의 생각입니다만) 만약, 오만한 사람의 60분 기도 무게보다, 겸손한 사람의 5분 기도 무게가 더 무겁고 더 아름답다고 한다면, 겸손의 덕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지 않을까 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이번 사순절을 기도 참회 겸손 희생으로 주님께 기쁨을 많이 드리시기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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