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화살기도 (이미지 출처 = Pixabay)

빛살기도라는 말

- 닐숨 박춘식

 

세태(世態)가 레이저같이 급급하니까

시인은 우뇌 좌뇌를 주먹손으로 두드립니다

우선 ‘빛살기도’라는 단어를 머리에 넣고

그 위에 ‘화살기도’를 대선배로 고이 모십니다

 

섬광기도 - 레이저기도 - 번쩍기도 - 순간기도 - 탄알기도 - 뿅기도 - 휘익기도 - 빛살기도 - 광속기도 - 찰라기도 - 번개기도 - 눈깜짝기도 - 깜짝기도 - 삽시기도 - 일순기도 - 순식간기도 - 빛기도 - 퍼뜩기도 - 잠깐기도 - 후딱기도 - 불똥기도 - 깜빡기도 - 후닥닥기도 - 지딱지딱기도 - 음속기도 - 초음속기도 - 곧장기도 - 단숨기도 - 촌음기도 - 촌각기도 - 반짝기도 - 금방기도 - 금세기도 - 일각기도 - 경각기도 -

 

미국 생활 좀 했다면서

황색등을 ‘댕큐 맘!’으로 질주하는 분이

성모님에게 빛살기도 올렸다며 자랑합니다

그때 제가 “성모님께서 ‘오케이’하셨다”고 말할까 말까

머뭇대며 입술에 침만 축이고 엄지척을 올렸습니다

엄지발가락으로 밟은 페달 그리고

탱탱한 엄지손톱의 핸들까지

그때 그분 목이 아주 굵게 보였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2월 19일 월요일)

사순절을 기도로 꽉 채워 보겠다는 결심으로 노력해 보면, 어떤 결과이든 새로운 느낌이 다가오리라 여깁니다. TV 뉴스를 보면 나라 안팎의 세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사악하며 불안한지 밥맛이 없는 세월이라고 푸념하고 싶습니다. 혼란하고 불안한 이 시대에, 어떤 기도보다 바치기 쉬운 빛살기도(화살기도)를 많이 바친다면 사순절의 기억과 은혜가 풍성하리라 여깁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4000번도 바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깨어 기도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면서 순교하신 조상들은 ‘예수 마리아’ 또는 ‘예수 마리아 요셉’을 수시로 부르면서 고귀한 믿음을 실천하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순교자들의 후손답게 이번 사순절을 빛살기도로 가득 채우신다면 하느님께서 매우 기뻐하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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