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Nihil Novum Sub Sole
- 닐숨 박춘식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틴어) 발음-니힐 노붐 숩 솔레>
늘 그 시간에 해가 솟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밥을 먹습니다
늘 그 길로 출근합니다
코헬렛 1장 9절 말씀과 같습니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새해, 마당귀 코스모스는 우중충 떨고 있습니다
흙은 왜 코스모스를 놓아주지 않는지
잠시 보고 한참 생각합니다
‘내가 키웠으니 내게 돌아와야지’ 말하는 흙바닥은
얼어 죽은 뿌리를 지금까지 꾸욱 움켜잡고 있습니다
새롭지 않았던 흙이 새롭게 보이는
새해 첫날 아침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새해는 새것으로 장식하는 계획보다, 묵은 것 안에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시간의 흐름이나 환경의 변화에는 별로 기대할 만한 새로움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Nihil Novum Sub Sole : Nothing is new under the sun)는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이 성경 말씀 안에 아주 깊은 다른 뜻을 찾아보면, 육안으로 보면 새로운 것이 없지만 영안으로 보면 신비스럽고 새로운 것이 많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다 그런 거야, 하고 덮지 마시고 잠깐 손을 뻗어 뒤집어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보일 수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님들에게 하늘의 기운과 평온함이 새해에 충만하시기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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