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십자가를 그리는 성주간

- 닐숨 박춘식

 

성주간은.

어머니 앞에서 피범벅이 된 그 아들을

그 하늘 사랑을 만나야 하는 침묵입니다

경천 졸도할 십자가의 현장에서

눈을 감고 핏자국을 보아야 하고

귀를 막고 망치 소리를 들어야 하며

끝없는 자비를 느껴야 하는 시간입니다

 

성주간은.

하 깊은 주님의 사랑을

들숨 날숨으로 사무치게 그리며

심장 판막에 십자가를 그려야 하는

참회의 몸짓입니다 그리고

새 생명의 빛살을 느끼는 진동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3월 26일 성주간 월요일)

 

‘그리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보고픈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연필로 꽃이나 나무를 그리는, 두 가지 의미를 성주간에 묵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동시에 우리 마음속에 무극 사랑의 모습을 그려야 하는 시기가 성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심의 성향에 따라 어떤 이는 성목요일을 최고로 여기고, 다른 분들은 성금요일의 골고타를 가장 핵심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주님의 사랑은 무한하시기 때문에 모든 신심이 상통하고 우열을 따질 수 없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길을 따라가면서 가장 뜨거움을 느끼는 신심으로 묵상하시면서 부활을 만나시기 원합니다. 자신이 새롭게 부활하도록, 가정이 새로운 신심으로 변화되도록, 나라와 교회가 새롭고 우아하게 변신하도록 모두 모두 참회 기도로 산뜻하여지기를 빌고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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