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산길 ⓒ왕기리 기자

령시인이 만든 이야기

- 닐숨 박춘식

 

짙푸른 산 입구 안내소 - 입산 기록부? - 직업 이름 남녀 나이를 적으라고 한다 - 웬 세상에 - 종교 친목으로 세 남자가 와서 - 승려 목사 신부라고 적었다 - 산신령 같은 노인이 직업을 다시 적으라고 하여 - 불교 개신교 천주교 성직자 - 틀렸다고 다시 적으라 한다 - 셋이 의논하여 - 남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 - 그런데 노인이 하나 더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 신자들을 다스리고 지도하는 사람 - 노인이 화를 벌컥 내며 틀렸다고 다시 - 셋이 골똘히 생각한 끝에 - 남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남을 위하여 낮게 봉사하는 사람 - 노인의 미소 - 이제 정확하게 적었구먼 - 고압산소탱크에서 몇 시간 심호흡하고 내려오는데 - 세 남자가 각각 큰 자루를 업고 내려온다 - 노인이 환하게 - 신목스님* 자주 오십시오 - 큰절 드린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얄궂은 입산 기록부 때문에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자루 가득 담았던 날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15일 월요일)

*신목스님= 신부님 목사님 스님

 

한반도의 종교 역사 순서를 불교 천주교 개신교라고 본다면, 스님 신부님 목사님이고, 교인 통계로 보면 목사님 스님 신부님이 됩니다. 세 가지 호칭을 한 단어로 만든다면 ‘스신목님’ 또는 ‘목스신님’이 되는데, ‘님’이 붙은 스님을 제일 뒤에 두면 ‘목신스님’이나 ‘신목스님’이 됩니다. 발음하기가 좋은 ‘신목스님’이라고 쓰고 보니 좀 그럴듯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땅에서, 독재자들의 행패로 짓눌려 찢긴 마음들을 외면하지 못하여, 삼보일배가 평화적인 비폭력시위의 방법으로 등장하였고, 그리고 여러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삼보일배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힘과 위안을 주었다고 여겨집니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의 모든 종교가 더욱 화목하게 서로 존중하면서 정치까들을 바로 이끌고,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멋있는 모범을 보여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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