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절벽 (이미지 출처 = Pixabay)

절벽을 찾는 사람

- 닐숨 박춘식

 

마지막으로 시인을 찾아왔다며

절벽에 급강하 비행 하는 모습을 시로 만들어

자기를 기억해달라는 청년이 왔습니다

저는 청년의 손을 꼭 잡고 걸었습니다

제일 우아한 절벽을 찾아보자고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

사하라 중동에서도 절벽을 찾지 못하고

고비사막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절벽이 보이지 않는다고

땅끝에는 수직 낙하지점이 있을 거라고

중얼거리며 백두대간의 길섶에 후유 쉬는 동안

땅끝에서 구름을 올라오게 하시는 분(시편135:7)

에게 두 팔을 높이 세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삶의 그래프는 직선 직각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그분께서

유연한 구름으로 눈짓을 하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22일 월요일)

 

돈을 많이 벌어 외국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면, 모두 놀라워하며 ‘저 사람 성공했네’ 합니다. 나랏돈을 회충처럼 빨아먹는 정치까들을 만나면 ‘크게 성공하신 분’이라고 (속으로는 도둑놈이라고 욕하면서도) 꾸벅 절합니다. 이런 생각들은 후진국일수록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변화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삶의 에너지를 부자나 정치까 되는 일에 온통 쏟아붓는 부모나 자식들이 많이 있습니다. 십 년이 지났는데도 통장의 잔액이 100만 원도 안 되면 90도 수직 낙하를 생각하는 분이 많은 듯합니다. 삶은 수직 상승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평에서 기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도우고 서로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와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리고 몸통 벗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때 환한 빛살 고원(高原)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 가진다면 이것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