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칩 (이미지 출처 = Pixabay)

피눈물의 하느님

- 닐숨 박춘식

 

악덕 거부(巨富)가 니체를 찾아가

신(神)의 주검을 매입합니다, 그리고

백금 침대 위에 번쩍 눕혀 재력을 과시한 다음

황금만능을 우람하게 팔방으로 고합니다

 

얼마나 자질구레 해부하면서

조각조각 나누어 팔았는지

구경하던 악마가 끅끅 놀라 나자빠집니다

억 억 만능칩을 전자기기마다 붙이면서

사람들은, 신(神)을 오로지 돈벌이로

오만 전자제품의 첨단 기능으로 활용합니다

찢어지면서도 사람을 버리지 않는

신(神)은, 피눈물로 사람을 보살피고 계십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월 1일 월요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하느님의 온전한 부활을 믿는 삶이지 하느님의 부분 합성 재생을 믿는 것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순수하게 부르는 삶이지, 하느님을 우리 마음대로 포장하여 다른 이름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하느님께서는 꾹 참으시며 아무 말씀 안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정반대로 온갖 존재와 변화를 통하여 모든 사람에게 시시각각 애절하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셔야 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이는 신을 죽이거나 외면하고, 또 어떤 이는 신의 능력을 한낱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신앙이 점점 증발하여 사막 같은 세상에 사는 우리는, 이제 2018년 새해에는 신앙 안에서 생명의 새 공기를 찾고 생명의 새 물을 만나면서 주변을 정화해 나가는 것이 하느님 자녀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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