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별빛 따라 고요히 (이미지 출처 = Unsplash)

 

가난한 마음 안으로

- 닐숨 박춘식

 

참노라면 불쑥 나타나는 봄처럼

그러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지금쯤 바람티를 넘어오고 있겠지

시계를 보는 기다림도 아닙니다

 

그분은 시간 위를 걸으시고

그분은 공간 밖에 계시기 때문에

뒤꿈치를 세우는 일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 안으로

별빛 따라 고요히 오시는

메시아 앞에는

반짝이는 물대야와 뽀얀 수건 그리고

뜨거운 기다림의 눈물이면 합당할 듯합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교회 전례를 따라, 새해가 시작됩니다.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자세는, 준비된 새해 밥상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좋습니다. 주님 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새로운 기쁨의 시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지나간 어둠을 거두어 내면서 밝은 해를 기다리는, 이러한 대림절은 영혼과 육신에게 가장 큰 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마스라는 간판 밑에서 흥겨운 시간을 찾는 일보다 먼저 마음의 평온을 가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2017년은 하느님께서 원죄 없으신 성모님을 통하여 한반도의 큰 기적을 베풀어 주셨다고 사료됩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히 나라가 바른길을 걸어가야 하는 기회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개인과 나라가 가장 먼저 기도로써 마음을 씻고, 겸손으로 이웃을 섬기는 기본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자세는 대림절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느낌으로 의미 깊은 전례 주년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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