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 26년 전 11월 29일 세간을 뒤흔든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어머니의 손은 눈물을 훔치느라 마를 새가 없었다. 나이테처럼 손등에 새겨진 주름이 긴 세월의 슬픔을 대변한다.(11월 29일, 서울 정동 작은형제회 수도원 성당)
11월 22일, 농민대회.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또 다시 아스팔트 농사에 나섰다. 그들이 요구한 쌀값은 손익분기점인 23만 원이었다. 쌀 포대를 입고 행진에 나선 농민들은 그 자신이 쌀이었고, “쌀은 곧 민주주의”라고 외쳤다.행진하는 농민들을 끊임없이 인도로 밀어붙이는 경찰 앞에서 농민들은 “농민들이 그리 우스운가?”라고 물었지
탈핵, 탈송전탑, 탈방사능을 외쳤던 탈핵 문화제.한 시민이 송전탑을 상징하는 모자를 만들어 쓰고 딸과 함께 참석했다.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운동에 참여한 많은 일본 여성들이 말했다.“나는 살날이 많지 않을지 몰라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지요.아이들을 위해, 원전은 안 돼요.”(11월 23일, 서울광장)
13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저지 농성을 벌이던 용산참사 유가족 3명이 활동가들과 함께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행에 앞서 용산참사 유족인 유영숙 씨는 공항공사 직원의 폭행으로 목과 팔에 부상을 입었다.유영숙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자마자, 유가족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은평경찰서로 달려왔다. 팔에 깁
지난 화요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는 ‘2013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라는 우아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무기를 사고팔며 오가는 돈에 자축 샴페인을 터뜨리는 끔찍한 행사다.반세기 전, 교황 요한 23세는 회칙 에서 “전쟁 목적을 위한 무기 생산의 중지와 그 실제적 축소를 실현해야 하는데,
“도착한 날은 인사를 못 드렸는데 가는 날에는 그래도 꼭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승구 신부님이 자꾸 ‘빨리 집에 가!’ 하셔서 언젠간 가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말이죠.지구 반대편에 골롬반 선교회의 친구 신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땅을 직각으로 쭉 파면 칠레, 페루 그쪽이 나온다고 하죠? 제게 자주 전화를 주는데 거기는 우리와 반대니까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은 탐스런 밤송이. 매끈한 알밤을 뾰족한 가시 주머니 속에 숨겨두려는 건, 누구의 생각이었을까?(10월 2일, 일본 시가현 아이토 마을)
2013년 10월 12일, 대한문 앞.문정현 신부와 평화활동가들의 평화유랑단 ‘평화바람’과 10년을 함께했던 ‘꽃차’ 열쇠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게 건네졌다.지난 2003년 출범한 ‘평화바람’은 꽃차를 타고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치며 전국 70여 개 도시를 유랑했다. 이후 꽃차는 2004년 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으로 2년여 대추리의 상징이 됐고, 2009년
2013년 10월 7일 밀양.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40여 명과 수도자 40여 명, 그리고 주민들이 금곡 헬기장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금곡 헬기장은 송전탑 건설 자재를 적재한 곳으로 산 위에 있는 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다.금곡 헬기장 앞에는 헬기 운행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지어 놓은 움막이 있다. 지난 5월 공사가 재개됐을 때, 주민들은 무작정
세례 받은 후 처음 방문한 해미순교성지에서 마주한 순교의 흔적은 죽음으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잃지 않은 평온한 얼굴과 모은 두 손이었다.죽어서 영원을 사는 순교자들, 그리고 매 순간 죽어야 사는 당신과 나. 순교의 순간은 우리의 삶 안에서 매일, 매시간 되살아난다.살면서 나의 욕망을 죽이는 일만큼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 무엇
툭, 툭, 투두둑. 갑작스레 떨어진 빗방울이 대한문 앞 보도블록에 얼룩을 내어도 기도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가방에서 조용히 우산을 꺼낸 이들은 앉은 채로 우산만 펼치고는 자리를 지켰다. 성찬 전례가 끝날 즈음엔 빗방울이 꽤나 억세져 보도블록 전체를 검게 적셨다. 그제야 사람들은 대한문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고집 센 사람들, 150일째 한 자리를 지키
경북 청도군에도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는 할매들이 있다.18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를 방문해 마을 할매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가 봉헌된 천막 바로 옆에는 파란 비닐을 덮어 쓴 흉물스러운 철근 덩어리 4개가 땅을 파헤치고 심어져있다.한전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될 전력을 대구 · 경북 지역과
정토회 본관 지하 식당에서 밥을 비운 그릇들이 설거지를 기다리고 있다.이곳에서 밥을 먹을 때는,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어서 이 밥이 나에게 오기까지 정성을 보탠 손들을 생각하며 꼭꼭 씹어 먹는다. 접시에 약간의 물을 붓고, 미리 남겨둔 김치 한 쪽으로 접시에 남은 밥알 한 톨, 고춧가루 한 점까지 먹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설거지는 쌀뜨물이나 야채 삶은
문정현 신부가 11일 오후,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서각 작업을 하던 중에왼손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제주 중앙병원으로 옮겨 신경과 인대, 뼈를 봉합하는 수술을 새벽에 받았고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병실에 함께 있는 한 지킴이는“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공사장 정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불법공사가 계속됐다”며“집에서 하시면 편하실
하느님께서 불편함으로 여러분을 축복하시길쉬운 정답과 반쪽짜리 진실들과 피상적 인간관계에 대한 불편함으로 축복하시길그리하여 여러분이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가길하느님께서 분노로 여러분을 축복하시길불의와 억압과 착취에 대한 분노로 축복하시길그리하여 여러분이 정의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일하게 되기를하느님께서 눈물로 여러분을 축복하시길고통과 거절과 빈곤과 전쟁으로
6월 21일 대학생 500명이 시작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는 정부와 주류 언론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당사자들의 외면이 오히려 불씨를 키웠다. 3일 열린 집회에는 3만여 명이 참가해 광장과 주변 도로가 촛불로 가득 찼다. 시국선언 물결도 대학과 시민사회를 거쳐 종교계로 퍼져나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
갑작스런 더위에 당혹스럽던 어느 날, 하얀 네 잎 감꽃이 나더니, 그 자리에 앙증맞은 열매가 매달렸다. 사람들은 해마다 달라지는 기후에 우왕좌왕 정신이 없는데, 기특하게도 제때를 알고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감꽃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감나무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도 모르고 그저 뚝 떨어지는 단 열매만 찾았구나 싶다.문득
우렁농사 짓는 논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천천히 모 사이의 풀들을 먹고 있는 우렁이들이 오랫동안 키워온 양 반갑고 친근하다.두꺼운 잎은 먹지 않으므로 모는 고스란히 남겨두지만, 우렁이가 지나친 풀들이 자라면 사람이 피사리에 나서야 한다.한참 생태농활을 다닐 때, “풀들도 생명인데, 왜 뽑느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떻게 답해야 딱 부러진 답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
지난 15일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한 밀양 주민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 밭고랑 같은 주름이 서울과 밀양의 거리만큼 길게 이어져있다.
15일 오후, 서울 대한문에서 열린 밀양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한 수도자들이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