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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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7일 밀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40여 명과 수도자 40여 명, 그리고 주민들이 금곡 헬기장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금곡 헬기장은 송전탑 건설 자재를 적재한 곳으로 산 위에 있는 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다.

금곡 헬기장 앞에는 헬기 운행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지어 놓은 움막이 있다. 지난 5월 공사가 재개됐을 때, 주민들은 무작정 헬기가 뜨는 것을 막겠다며, 밤낮으로 이곳을 지켰다. 헬기를 붙들고 자재에 몸을 묶은 주민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10월 2일 이곳 움막은 행정대집행 대상이 됐고, 주민들과 함께 철거를 막던 수녀들의 머리 수건이 벗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의 움막은 겨우 남아있지만, 경찰들이 담처럼 에워싼 너머로 헬기가 수없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7일,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미사가 봉헌되는 중에도 헬기는 아랑곳없이 바람과 소음을 일으키며 뜨고, 앉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소리 없이 묵주를 들고 손을 모았다. 억울하게 삶을 강탈당한 이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를, 부디 간절한 이 바람이 그 어딘가에 닿아 아름다운 밀양 땅에 다시 따뜻한 빛이 비치기를……. 이들은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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