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둠벙(죄인둠벙). 팔을 묶여 끌려오던 신자들을 거꾸로 떨어뜨려 죽게 했다. (* ‘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방언) ⓒ정현진 기자

▲ 가슴에 모든 두 손, 묵주를 감아 쥔 손. 이들은 단지 천국에 대한 바람으로 이 모진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정현진 기자

세례 받은 후 처음 방문한 해미순교성지에서 마주한 순교의 흔적은 죽음으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잃지 않은 평온한 얼굴과 모은 두 손이었다.

죽어서 영원을 사는 순교자들, 그리고 매 순간 죽어야 사는 당신과 나. 순교의 순간은 우리의 삶 안에서 매일, 매시간 되살아난다.

살면서 나의 욕망을 죽이는 일만큼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나를 죽일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종착점에서 과연 나는 평온하고 의연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 내 삶을 위한 선택이 누군가에겐 죽음이 되지 않기를, 내 자존을 위한 일이 누군가에게 모욕이 되지 않기를, 내 기쁨이 너의 슬픔이지 않기를, 내 희망이 네 절망의 대가가 아니기를. 부디 ‘진짜 죽음’ 앞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8월 19일, 충남 서산시 해미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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