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 단식기도, 22일 만에 마쳐

지난 2일,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김정회 씨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단식기도를 시작한 조성제 신부(부산교구,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상임대표)가 22일간의 단식기도를 마치고, 24일 다시 밀양으로 돌아간다. 앞서 김정회 씨 가족을 먼저 보낸 조성제 신부는 조금 더 기도를 이어가겠다며 홀로 자리를 지켜왔다. 조성제 신부는 밀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23일 대한문 미사에 참석해 떠나는 인사를 전했다.

▲ 조성제 신부 (10월 5일, 서울시청 앞) ⓒ정현진 기자

“도착한 날은 인사를 못 드렸는데 가는 날에는 그래도 꼭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승구 신부님이 자꾸 ‘빨리 집에 가!’ 하셔서 언젠간 가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말이죠.

지구 반대편에 골롬반 선교회의 친구 신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땅을 직각으로 쭉 파면 칠레, 페루 그쪽이 나온다고 하죠? 제게 자주 전화를 주는데 거기는 우리와 반대니까 이제 여름으로 간다고 하네요. 여기 있을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머니 소식이 전부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 지구는 도는구나. 인간의 시간과 하느님의 시간이 다를 뿐, 지구는 도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신학대학교를 나와서 지금 MBC에서 어느 이사 자리를 맡고 있는 친구가 ‘아이고, 형님. 이렇게 해서야 뭐가 되겠습니까? 전략을 세우고 전술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제가 웃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단식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참회와 봉헌의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 동안 많이 먹었으니 여기서 단식하면서 많이 비울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가치와 값어치를 이야기했었지요. 장동훈 신부님이 안내 공지하시면서 “이곳이 학교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저는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제가 나이 들수록 어른들 앞에서 가르칠 주제는 못 된다는 걸 깨달아요. 시골에서 할매, 할배들과 살다 보니 할매들은 내공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인간이 누구를 가르친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신부는, 수도자는, 느끼는 것이구나. 감성을 가지고 공감을 가지고 느끼는 것이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번에 얼핏 보았는데 ‘도를 깨우치는 것과 안 깨우치는 것은 백지 한 장 차이다’라고 합니다. 제가 ‘아, 그 말이 그 말이구나’ 하고 느낀 것이 서울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 외면하지요. 봐야 할 것을 외면하고 안보잖아요. ‘이것이구나. 종이 한 장 차이구나.’ 당연히 우리가 들어야 할 이 기능을 주었는데, 그 감성을 안 사용하면 그건 마비되고 죽은 것이지요. 당연히 봐야 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것이 바로 그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여기 있으면서 여러분이 정말 어떠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이 심어준 감성을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가 정말 학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쌍용자동차 형제들이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다 죽어가는 감각을 살려주고, 밀양이 절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여리고 생명이 싹트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말 이곳이 학교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당부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동조단식을 하기 위해서 가족들과 왔습니다. 내일 내려가면서 저를 이어서 서울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뿌리를 내려가면서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대책위에서 받기로 하였습니다. 단식이라는 것이 봉헌과 참회잖아요. 마음을 모아서 한 끼라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40일을 계획하고 왔는데 딸린 가족들이 많다 보니 일들이 많아서 내려갈 수밖에 없어서…. 교우 여러분들께 24일부터 우리 할매들을 위해서 여기 리스트에 한 끼씩이라도 써주시면 제가 안심하고 집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립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시는 것에 대해서 그 따듯한 마음, 감사한 마음입니다. 쌍용자동차 동지들께 자주 못 찾아뵈어 죄송했는데 와서 같이 지내면서 빚 다 갚은 마음으로 내려갑니다. 쌍용자동차 동지들과 사제단 여러분과 교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조성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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