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원고를 실어 왔다. 한 달에 두 번씩 원고를 써 오면서, 사실 부지런하게 또 시간을 가지고 원고에 정성을 쏟지 못했다. 맡은 임무들이 있다 보니, 늘 급하게 몇 자 적어 오면서,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글을 읽고 여기 저기 퍼 나르기도 하던 독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너무 부족한 글들이었고, 마음을 다해 쓰지 못한
고성에서 있었던 청소년지도자들과 함께 보낸 1박2일. 그 반가운 얼굴 만큼이나 보고 싶었던 동해.동해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푸르고 아름답다.청간정에 올라서 바라보았던 풍경. 관동팔경의 수일경이라 일컬을 만큼, 앞이 탁 트이고, 바람이 잘 통하는 청간정. 여기선 다른 생각을 다 놓고, 그저 저 바다와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바람과 옆에 선 노송과 함께.
얼마 전에 지인이 보내 준 카톡의 내용 속에 노래 한 곡이 들어 있었다.노사연 님이 부르는 ‘바램’이라는 노래였다.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속에 인생을 이렇게 잘 드러낸 노래도 있구나’ 생각하며, 저절로 묵상이 되었다.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길에,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가는 길이 힘들 것 같다. 하기는 아기도 태어날
며칠 전 20년 만에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루치아였다. 내가 교구청에서 근무할 때 수족이 되어 도움을 주던 봉사자였다. 늘 마음 한 편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던 봉사자.결혼하고 연락이 뚝 끊겼고, 나 또한 몇 군데 자리를 옮기며 사목을 하던 터라, 연락처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루치아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아, 서로
참 오랜만에 좋은 가사의 노래를 만났습니다. 가수의 목소리도 차분하고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좋은 노래 한 곡이 내게 준 이 따뜻함으로 인해 곡을 만들어주신 분께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당신만은 못해요”라는 노랫말 속에는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참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며칠 전 행사준비 관계로 동해 바닷가를 몇 군데 둘
며칠 전 언니 수녀님께서 하느님 품으로 귀천하셨다. 평소에 앓던 질환으로 이 세상의 소풍을 끝내셨다. 언니 수녀님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요즘은 다른 성가로 노래를 할 때도 있지만, 장례미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 수녀원에서는 영성체 후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노래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했었다.노
가짜 톡이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왜 아이들은 이런 가짜 톡에 빠지고 있을까? 특히 우울한 청소년들, 왕따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인공지능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자신이 원하는 프로필 사진과 성격, 자신과의 관계마저 지정한다. 이 덕에 청소년들은 마치 진짜 친구와 대화하듯, 이야기하며, 위로
부활이다. 마치 내 입으로 첫 숨을 쉬는 그날처럼 새롭게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의 느낌.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설레임.부활은 그런 것일까?어쩌면 그것보다 더 벅찬 감동과 기쁨이 있으리라.어두운 동굴을 통과한 뒤 느끼는 빛의 고마움처럼.오늘 누가 무덤 안에 갇힌 사람인가?빛을 잃은 사람인가?오늘 누가 빛을 누리는 사람인가?빛 속에서 가슴을 열어젖혀 태양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상처 입힐 때도 있고, 잘못 없이 오해를 받거나 미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되돌아보면 내게도 억울하다 싶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아, 이 사람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상처가 깊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나는 다시 그와 웃으며 잘
교황님께서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 너무도 공감되는 요즈음이다. 가정이 건강해야 청소년이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어른들이 요즘 청소년은 무섭다고 하는 그 무서운 청소년은 힘이 들었던 가정에서 나온다. 부모를 그대로 따라 하는 그 시절부터 듣고 보고 배운 대로 청소년은 자라왔다. 그렇게 형성되어 왔고,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부모를 답습했다. 그
며칠 전에 조카의 예비신랑 후보를 만나보라는 초대가 있어서, 연로하신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나까지 여동생집에 초대를 받았다.이미 결혼 혼수용품을 준비하는 단계이니, 우리가 의견을 낼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어른이시니, 조카 편에서는 할머니께 선을 보이고 싶었나 보다.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위될 사람이라 신경이 쓰이는지, 점심은 둘이서 먹고
수도원 주일 저녁은 모두가 모여서 웃고 떠드는 시간이다. 평일에 모일 때는 모임이나 나눔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급한 일도 하게 되지만 주일 저녁은 가능하면 순수하게 놀이를 하는 시간으로 둔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축일 파티나 드라마 시청을 하기도 한다.요 근래에 공동체에서는 가능할 때 “가족끼리 왜 이래” 라는 드라마를 함께
얼마 전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다녀가신 솔뫼를 비롯해 내포 지역의 순교지를 여러 군데 방문했는데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교황님의 시복미사와 성지 방문 때문인지 가족 단위로 성지를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곳곳을 거닐고 기도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죽음을 두려워하지
교황님께서 오셨다. 이 어두운 한국사회 안에 어떤 희망을 말하기 위해 오셨을까? 도착하시는 모습부터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마음으로 그분의 뒤를 쫓는다. 혹시 잊을까봐 며칠 전부터 ‘교황님과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등록증과 필요한 사항들의 알림을 프린트해서 미리 가방에 넣어두었다.‘교황님은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많
월드컵의 열기가 온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 축구의 열풍은 잠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2002년 축구는 우리나라의 큰 축제였고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이후 이 말은 우리 국민의 힘을 돋우는 긍정의 말이 되었다.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나아간다는 표현이 있다. 생각은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향을 잡
우리 한국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청소년과 함께 추구하는 정신을 하나만 말하라면, 3S 정신을 들 수 있다. Study, Smile, Service 정신이다.이 3S 정신을 살기 위해선 ‘오늘’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가장 값비싼 기회이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일회적 선택이다. 어쩌면 우리가 후회하는
어제는 원주교구와 춘천교구가 함께 주님 안의 한 형제로서 ‘성체현양대회’를 한국 최초의 신앙촌인 풍수원성당에서 거행하였다. 꽃 소년 소녀들이 꽃을 하늘 위로 뿌리며, 우리 주님의 가시는 길을 앞서 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신앙은 이렇게 배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은 학교 대신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한 것 같다. 나 또한 참 오랜
15년 전의 일이다. 부산 바오로딸 서원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던 나는 주로 2층 미디어 쪽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날도 2층 계산대에 서 있는데 1층에서 누군가 계단을 올라왔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나는 첫눈에 ‘미스코리아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분이었다.2층을 오가며 음반과 상본을 둘러보던 그분은 나에게 다가와 잠깐 이
치악산에 걸려서 비가 못 오는지, 며칠째 날씨는 궂고 먹구름은 가득한데 원주에는 비 소식이 없다. 차라리 밤비라도 흠뻑 내려 주었으면 찜찜한 몸 상태가 좋아질 것 같다.예수성심성월을 시작하며 내가 선택한 예수성심 호칭기도는, “모든 마음의 중심이신 예수성심”이다. 그 호칭기도 안에는 다른 모든 호칭기도의 원의가 다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왜’
가톨릭 성가 246장에는 ‘창파에 뜬 일엽주’라는 성모님의 노래가 있다. 이 성가를 부를 때면 늘 살레시오여고 교사로 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5월이면 어디서나 울려 퍼지던 성가소리로 교정이 생기를 띠었었다. 종교교사였던 내가 가장 바빴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행복했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성모의 밤에 들 초컵을 셀로판지로 만들고 온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