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참 오랜만에 좋은 가사의 노래를 만났습니다. 가수의 목소리도 차분하고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좋은 노래 한 곡이 내게 준 이 따뜻함으로 인해 곡을 만들어주신 분께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신만은 못해요”라는 노랫말 속에는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참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며칠 전 행사준비 관계로 동해 바닷가를 몇 군데 둘러보았습니다. 푸른 바다와 어울려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에 내 눈을 사로잡는 푸르른 소나무 숲.

너무도 곧게 뻗은 튼튼한 그들의 몸짓은, 동해의 바닷바람 때문인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강릉에서도 속초에서도 동해에서도 이 소나무 숲은 해변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저녁에는 단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깝게 곳곳에 나붙은 속초시의 플래카드 옆에서도 소나무는 푸른 건강미를 아직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시선을 끈 건 소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대낮에 아직 태양이 강한 시간에, 바닷가 모래밭에서 딸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날씨는 더워도 아직 물에 들어가기엔 빠른 계절....

그들은 모래놀이인지 소꿉놀이인지 서로 놀이에 집중해 별로 말은 없었지만, 얼굴을 마주보며 자주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어른의 눈에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듯, 함께 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내게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분들은 행복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됨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놀던 딸아이가 까르르 웃자, 가족이 함께 합창을 하듯 웃기 시작합니다. 주섬주섬 놀이기구를 챙기며, 아이의 옷에서 모래를 털어 줍니다. 사용했던 장난감을 아이의 손에 들려주며, 주위를 둘러보곤, 아이의 흔적들을 두 손에 담습니다. 비닐봉투, 모자, 휴지....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다 말고 그 아이의 웃음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경쾌한 웃음소리는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이는 커서 이날을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 때,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다로 올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을 그런 분이셨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은 없으니까요. 이보다 더 사랑을 느끼게 하는 시간은 없으니까요.

아이는 엄마 아빠의 현존에서 저절로 교육되고 사랑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엄마가 주변의 휴지를 주워 가는 것을 보고, 놀고 난 자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게 것입니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나오며 자신의 것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선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인내도 배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따뜻한 웃음이 만들어주던 행복의 분위기를 배울 것입니다.

너무 바쁘게 사는 우리들.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그 사람 앞에서도 편안하지 못한 우리들, 그들 앞에서조차 웃음을 잃어가는 우리들...

무엇이 그렇게 바쁘고, 무엇이 우리를 하나 되지 못하게 하고, 무엇이 우리의 만날 시간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는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많아도, 세상에 아무리 화려한 것이 많아도, “당신만은 못해요”라고 고백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당신만은 못해요

- 박종호

좋은 곳에 살아도 좋은 것을 먹어도
당신의 맘 불편하면 행복이 아닌 거죠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한 것 같아도
마음속에 걱정은 참 많을 거예요

사랑도 나무처럼 물을 줘야 하는데
가끔씩 난 당신께 슬픔만을 줬어요
너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해도
내가 내 맘 아닐 땐 화낼 때도 많았죠

세상사는 게 바빠 마음에 틈이 생겨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 무엇을 나에게 다 준대도
가만히 생각하니 당신만은 못해요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사랑해 난 널 사랑해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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