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교황님께서 오셨다. 이 어두운 한국사회 안에 어떤 희망을 말하기 위해 오셨을까? 도착하시는 모습부터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마음으로 그분의 뒤를 쫓는다. 혹시 잊을까봐 며칠 전부터 ‘교황님과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등록증과 필요한 사항들의 알림을 프린트해서 미리 가방에 넣어두었다.

‘교황님은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많은 기대 속에서 희망을 새기기 위해 너무 벅차시겠다는 안쓰러움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어 하루라도 잊지 않고 챙기면서 교황님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교황님께서 잊지 않으시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청소년들 중에 소외된 이들을 떠올리면서, ‘학교폭력’을 떠올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 ‘폭력’이라는 단어가 ‘친구’라는 단어를 먹어버렸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들었던 노래 한곡이 잊히지 않는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어린 소년인 15살 찰리와 13살 리안드레가 출연하여 부른 노래이다. 그들은 Twista and Faith Evans의 ‘Hope’라는 노래를 불렀으며, 그 중 랩은 직접 쓴 것이라고 한다. 리안드레가 내용을 작성했는데, 너무 마음 아픈 랩이었다. 리안드레는 자신의 경험으로 랩 가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사의 내용은 ‘학교폭력 이제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리안드레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우리의 노래를 듣고 가사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브리튼즈 갓 탈렌트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노래를 불러 기립박수를 받은 찰리와 리안드레 (사진 출처 / Britain's Got Talent 2014 유튜브)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나 또한 그의 용기가 너무 대단하게 여겨졌고, 학교폭력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그의 모습에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큰 소리로 ‘골든 부저’를 눌러주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 작은 소년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이후에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들이 세미파이널로 직행하게 되었다는 것만 알 뿐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리안드레는 용기를 얻었고, ‘학교폭력’을 이겨낼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학교폭력의 상황을 보면 ‘폭력’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점점 도를 넘어서게 되고, 여럿이 가세하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친구들에게 소외될까봐 그리고 자신도 학교폭력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에 가해자의 폭행을 보면서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이들도 역시 희생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를 지켜보는 모두가 희생자일 수밖에 없는 학교폭력!

왜일까? 왜 점점 가혹해지고, 대담해지는 걸까? 나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메마를 대로 메마른 마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복수하겠다는 상처가 그 시작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첫 가해자는 사랑이 아닌 배신과 상처만 준 가해자의 부모일 수도 있다. 얼마나 아픈 시작인가?

리안드레가 랩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찰리가 힘이 되어주는 노래를 후렴처럼 반복하며 노래는 계속된다.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이 노래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는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작년 겨울에 토론 동아리들이 했었던 토론발표회의 주제 중 하나였던 ‘학교폭력’이 다시 생각난다. 사실 주제는 학교폭력이 아니라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고발해야 하나에 대한 문제였다고 생각된다. 지켜보는 아이들도 두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는 이 노래를 불러준 그룹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기도한다. 우리 교실에서 사랑이 움터 나오기를, 우정이 솟아나기를!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애쓰기보다, 아이들이 서로 끈끈한 우정을 맺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학교폭력을 없애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학교 선생님들의 사랑어린 관심이 학교폭력에서 우리 반을 지키는 가장 정확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자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정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올바른 길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다.

- 랩의 내용의 일부를 옮겨 본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너무 외로워요.
저는 아직 어려요. 어떻게 혼자 견뎌요.
어디에 속하고 싶지만 제 자리는 어딘가요.
엄마는 항상 물어보죠? 왜 혼자냐고.
나에게 부치는 별명도 나에게 상처를 남기죠.
왜 힘들게 하나요?
나에게 소리 지를 때 내 자신이 가난해지죠.
노는 나를 괴롭히고 밀고 땅에 내던지지요.

- 후렴처럼 반복되는 노래의 내용이다.

희망을 가져요. 오늘에 대한 희망.
이 음악을 들어요. 스트레스를 버려요.
희망을 가져요. 그러면 그가 길을 만들어 줄 거예요.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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