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상처 입힐 때도 있고, 잘못 없이 오해를 받거나 미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되돌아보면 내게도 억울하다 싶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아, 이 사람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상처가 깊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나는 다시 그와 웃으며 잘 지내고 있다. 내가 죽을 힘을 다해 회복을 다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느 순간, 내가 경험한 그의 모습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깨달음이 나를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때 나는 ‘내가 이렇게 큰 실수를 했으니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에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말을 걸어 주었다. 그 순간 또 다른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다.

관계를 맺어가며 배우게 되는 것은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가운데 자유와 해방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곡이 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중략)


난 가끔 이 노래를 마음속으로 부르곤 한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 백만 송이 꽃이 핀다는 노랫말이 쉬우면서도 반복되어, 내 맘에 사랑이 필요할 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곡은 러시아에서 유명한 곡인데 심수봉 씨가 가사를 다시 썼다고 한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때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기쁨의 꽃, 용서의 꽃, 사랑의 꽃을 피우게 된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황님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지 말고 탈출하라고 말씀하셨다. 열린 마음으로 만나고 친교를 맺으라는 뜻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이러한 삶의 절정을 보게 된다. 모든 이와 인격적 관계를 맺으실 뿐 아니라 당신 자신을 먹고 마시라고 내어 주시는 분이시다. 또한 당신을 박해하고 미워하고 죽이는 이들을 위해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는 분이시다. 그분은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미 보여 주셨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개인이나 사회, 세상은 점점 더 이 가르침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모든 것이 발전했지만 우리의 마음과 관계는 더 쉽게 깨어지고 자기중심적이 되어 가며 이 세상은 더 쉽게 미워하고 복수하며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죽음의 그림자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걷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죽음과 부활을 향한 여정을 걷고 있는 지금,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예수님의 길을 따라 걸을 때, 그분과 함께할 때, 사랑의 꽃을 피우게 되고 치유와 해방의 삶의 살게 된다. 비록 실천하는 길이 멀고 더디다 해도 이런 큰 희망이 어디 있겠는가? 주님이 함께 걸어 주고 계시다는 것, 그것이 십자가를 지고 따를 수 있는 힘이 되고 희망이 된다.

오늘도 나를 위해 생명을 내어 주시는 예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주시길 청하며 이 노래를 불러 본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지금까지 매달 셋째 금요일에 '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을 맡아 주신 황난영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황난영 수녀 (율리아나)
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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