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치악산에 걸려서 비가 못 오는지, 며칠째 날씨는 궂고 먹구름은 가득한데 원주에는 비 소식이 없다. 차라리 밤비라도 흠뻑 내려 주었으면 찜찜한 몸 상태가 좋아질 것 같다.

예수성심성월을 시작하며 내가 선택한 예수성심 호칭기도는, “모든 마음의 중심이신 예수성심”이다. 그 호칭기도 안에는 다른 모든 호칭기도의 원의가 다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왜’일까?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기도 때문인지, 아니면 성령 강림을 기다리는 기대 때문인지, 마음 어디선가 자꾸 ‘바람’의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은 참 좋은 느낌을 준다. 물론 찬바람도 있고, 불쾌한 냄새를 동반한 바람도 있다. 그런데도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바람을 기억하게 하는 기다림이 있다.

나뭇잎새를 흔드는 바람의 소리. 살랑이는 물결 위의 물들이 부딪치는 바람소리. 머릿결을 살짝 흔들리게 하는 바람의 소리. 기분 좋게 파이팅을 외치는 이들의 음악처럼 부딪치는 유리잔의 고음 소리. 깊은 산사에서 풍경이 바람에 춤추듯 살랑이는 소리.

그렇게 기분 좋은 바람을 생각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성령도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모든 이가 다 들을 만큼의 떠들썩함을 대동한 큰소리가 아닌, 작은 속삭임은 아닐까? 영적으로 열린 이의 마음에만 들리는 사랑하는 이의 보고픈 소리는 아닐까? 구하는 이에게만 다가오는 친숙한 보살핌의 손길은 아닐까?

ⓒ박홍기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김정식 씨의 노래 ‘바람 속의 주’가 떠오른다. 바람이 살짝 얼굴을 스치는 날이면 어디에나 계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흥얼거리고 싶은 노래. 성령은 매일매일 만나는 하느님의 얼굴이라고 말해주는 노래. 성령은 찾는 이에게만 들리는 바람의 소리라고 말해주는 노래.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런 일상이라고 말해주는 노래.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노래. 세상의 그 누구도 왕따란 없다는 것을 확신케 해주는 노래.

성령이 오시는 날, 꼭 부르고 싶은 노래. 이번 성령강림절엔 내 마음 속의 성령을 일깨우며, 선물로 오시는 성령을 맞이하며,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들과 산을 거닐며, 노래하고 싶다. 아이들이 얼굴에 스쳐오는 주님을 만나며 기도를 배우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기도가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주님은 바람 속에도 계시니까.


바람 속의 주

- 김정식

그 옷차림 스친 곳에 스며있는 향기를
그 발자국 패인 곳에 굳어있는 믿음을

바람 부는 돌밭 속에서 가득 안은 이 기쁨
내 이젠 다시 헤매이지 않으리
바람 속의 내 주여

그 뒷모습 혼자이나 어디에나 계시고
그 목소리 아득하나 바람처럼 가득해

간절하게 올린 기도로 만나 뵈온 이 기쁨
내 이젠 다시 외롭지 않으리
바람 속의 내 주여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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