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얼마 전에 지인이 보내 준 카톡의 내용 속에 노래 한 곡이 들어 있었다.
노사연 님이 부르는 ‘바램’이라는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속에 인생을 이렇게 잘 드러낸 노래도 있구나’ 생각하며, 저절로 묵상이 되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길에,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가는 길이 힘들 것 같다. 하기는 아기도 태어날 때 손을 움켜쥐고 태어난다고 하니, 누구나 내 것으로 갖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떠날 때 훌훌 털고 빈손으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관 속에까지 가지고 가야 할 만큼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무엇일까?

이모부께서 돌아가신 지 네 달쯤 지난 것 같다.
그리고 시신을 기증하셨기에 떠나보냈던 시신이 유골함으로 며칠 전에 돌아왔다.
군인으로 전역을 하신 탓인지, 사연은 잘 모르겠지만, 대전 현충원에 있는 국가유공자들의 묘역에서 잠드시게 되었다.

조금 전 카톡으로 내게 보내진 사진 한 장.
이모부의 묘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긴 인연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꽃과 새겨진 비문의 이름들이 빼곡한 그곳 맨 앞에 이모부의 사진과 꽃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
마치 두 번의 장례식을 맞이한 듯 내겐 다시 이모부의 모습과 하셨던 말씀들이 떠올랐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란 ‘바램’의 가사는, 그 아픔 속에서도 한 번도 아프다는 말씀 없이, 2년여의 병상생활을 하셨던 이모부의 모습이 떠오르며, ‘얼마나 감사하냐’고 반복하시던 이모부의 목소리가 반향처럼 울려 왔다.

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 주셨던 이모부.
무릎을 꿇고 저녁기도를 가족과 함께 바치시며, 기쁘게 선창을 하셨었다.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 할 겁니다’라는 노래가사가 딱 들어맞는 삶을 살아내셨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조카딸이 수녀라서 행복해 하셨었다.
가끔 밥 사 주고 싶다며 이모를 통해 다녀가라는 말씀을 남기셨던 이모부.
그리고 보니, 제대로 한 번도 존경한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존경을 드렸던 것 같다.

이제 그분을 모셔드리며, 그분처럼 하느님 당신만을 올곧게 섬길 수 있는 은혜를 청한다.
사람의 한평생 길지 않지만, 그 시간마저 한결같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 그 은혜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제 가을이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말하기 위해, 가을이 우리에게 고개 숙인 모범을 보여 줄 것이다. 이렇게 다 내어 놓는 거라고 땅 위에 자신의 낙엽들을 쏟을 것이다.
‘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 가는 겁니다’라고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해 줄 것이다.
삶을 가르쳐 줄 것이다.
 

 ⓒ박홍기


바 램

 -  노사연 노래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 랑 한 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 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에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 랑 한 다 정말 사랑 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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