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며칠 전에 조카의 예비신랑 후보를 만나보라는 초대가 있어서, 연로하신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나까지 여동생집에 초대를 받았다.

이미 결혼 혼수용품을 준비하는 단계이니, 우리가 의견을 낼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어른이시니, 조카 편에서는 할머니께 선을 보이고 싶었나 보다.

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위될 사람이라 신경이 쓰이는지, 점심은 둘이서 먹고 차 한잔 마시러 오라고 당부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벌써 우리 나이가 이렇게 되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조카가 나가고, 우리끼리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먹을 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난 민준이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사랑을 위하여’가 자꾸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되더라.”
“‘사랑을 위하여’요?”
“아 그 노래!”
“그게 무슨 노래죠?”

동생만 빼고 우리는 모두 그 노래의 가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동생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어떤 노래인지, 둘째 조카에게 찾아보게 하고, 할머니 보여드리라고 하고, 어머니 노래 좀 불러 보세요, 하며 관심이 그치질 않았다. 급기야는 어머니가 하이톤의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어머니 혼자 힘든 부분은 나도 옆에서 협력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따라 하다 보니, 합창이 되었고, 상황을 잘 파악한 제부는 얼른 어머니 앞에서 녹음을 시작하였으며, 동생의 손짓에 따라 언니와 나는 노래를 적게 부르면서, 어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끝나자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고, 어머니는 행복해보이셨다.

“이 노래가 자꾸 생각나더라니까.”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녹음된 어머니의 노래를 들어보았고, 아까보다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드디어 조카가 도착했고, 어머니께선 앉아 계셔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일어나신 어머니께선, 손녀 사윗감을 보시더니, 손녀와 손녀 사윗감을 한꺼번에 안아 주시며, “우리 민준이 사랑해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신다.

손녀사위 보시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생각하며 자리에 앉으니, 아니나 다를까 소개의 시간과 질문이 오고간 뒤 제부는 조금 전에 녹음한 ‘사랑을 위하여’를 들려 준다. 어머니는 그것도 싫지 않으신지 말없이 환하게 웃으신다.

▲ 2014년 12월 21일 방영된 KBS '열린음악회'에서 김종환과 리아킴이 '사랑을 위하여'를 부르고 있다.(사진 출처 =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게 원래 청혼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나?”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런 것 같다는 둥, 그러냐는 둥, 다시 한 번 가사를 보자는 둥, 시끌벅적한 가운데, 예비신랑 후보는 어렵기만 한 자리에서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사랑을 위하여’를 부르며 가족이 함께 흥겨움에 빠졌던 시간, 이제 제부가 보내 온 그때 찍은 사진이 내 사진첩에 담겨 있다. 어머니의 콧노래가 담겨 있는 ‘사랑을 위하여’.

손녀딸을 생각하며, 손녀딸을 노랫말처럼 위해줄 손녀사위를 기대하며, 어쩌면 노래라기보다, 흥얼거림보다, 기도였을 노랫말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세상 모든 가정들이여, 이 노랫말처럼 사랑을 살라.
부부의 사랑이 자녀들에게 그 무엇보다 큰 재산이 될 것임을 깨달으라.
행복한 가정생활이 되기를 오늘은 세상의 모든 가정을 위해 기도하리라.


사랑을 위하여

- 김종환 노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 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하루를 살아도 행복 할 수 있다면
나는 그길을 택하고 싶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들은 변하지 않아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로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게 해 주오

내가 아플 때보다 니가 아파할 때가
내 가슴을 철들게 했고
너의 사랑앞에 나는 옷을 벗었다
거짓에 옷을 벗어 버렸다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하나로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않는
사랑으로 남게 해 주오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하나로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않는
사랑으로 남게해 주오

사랑으로 남게해 주오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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