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민영 보험사를 위시한 각종 테크 기업들은 ‘원격 의료’를 허용해 달라고 주장해 왔지만 도입되지 못했다. 진료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문제, 의료비가 더 올라간다는 문제, 결정적으로는 쏠림 현상으로 대형 병원에 더 많은 환자를 빼앗길 거라는 불안에 의사 단체들이 저항해서 본격 도입은 지연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쩔수 없이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 의료가 전격 도입됐다. 코로나 치료제를 원격으로 처방해서 택배로 배송하고, 여드름 치료제, 탈모약 같은 피부미용 제제가 비대면 진료 앱을
(기사 출처 : americamagazine.org, 번역 : 노주현)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에 대한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서구 언론은 여성 사제 서품, 기혼 사제, 동성 커플 축복과 같은 제한된 수의 핵심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시노드 참가자들의 40페이지 분량 종합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교회의 중대한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몇 가지 놀라운 보석이 숨어 있다.첫째, 평신도 참여에 대한 새로운 강조다.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보다 가톨릭교회는 매우 위계적이다. 이번 시노드, 특히 원탁회의 대화는 여성과 젊은이를 포함한 평신도의
작년 8월 교황청은 2024년 세계 평화의 날 주제가 '인공지능과 평화'라는 것을 공지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다양한 관련 분야 단체와 전문가와 의견을 참고하고 수렴한 담화문을 12월 중순에 공개했다. 이에 올해 1월 1일 새해 미사 주보에는 담화문이, 국내 가톨릭교회 신문은 관례대로 1면에 담화문 요약 및 해설 기사를 실었다. 가톨릭의 이러한 전통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 바오로 6세는 냉전 시기 변화하는 지정학적 세계 질서 상황에서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1967년에 정의평화위원회를 설립했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생성형 AI 챗GPT 등장으로 다소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은 메타버스가 정부 지원 등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K-메타버스 공동관을 구성하고, 국내 메타버스·XR 기업 참가를 지원하면서 앞으로도 메타버스 분야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에서는 메타버스 시장 확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시장 선점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의 이런 판단과는 별도로 메타버스
1월은 내게 좀 당황스럽고, 낯선 달이다. 새롭게 쓰는 2024도 어색해, 자꾸 작년의 어느 날이고 싶은 그런 착각에 시달린다.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세상은 너무 혹독해서, 그리고 여기저기 들리는 마음 아픈 소식들 때문에, 새해에 거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새해 소망이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든가 아니면, 새해에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든가 하는 세상에서, 새롭게 가지는 소망이라는 말이 무색한 것 같기도 하다. 발터 벤야민은 무언가 세상적인 희망이 좌절되는 시간, 하늘나라에 대한 무력한 소망이 극대화되어, 변화를 일으키는
요즘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되도록 피한다. 나이 들어 체력에 부담되기 때문만이 아니다. 택시를 잡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닌 탓이다. 전화기로 부르려면 특정 기업의 회원으로 먼저 가입해야 한다는데,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바가지 요금을 감내하기 싫다. 게다가 막대한 고객의 자료를 제멋대로 이용해 치부하는 기업이라면 더욱.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고 시간이 꽤 지난 어느 날, 인천의 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새벽 강좌에 나온 구글 담당자는 당시 개발한 버전 중 중간 정도 실력의 프로그램이었다고 뻐겼다. 상당한 바둑 기록을
과거에 읽은 어느 신부님의 글이 가끔씩 내 마음에 떠오른다. 그 신부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는 항상 백 프로의 힘을 쓰며 살 수는 없다는 것. 그랬다간 오래지 않아 지친다는 것. 그러므로 자신은 평소에 80프로의 힘으로 생활하다 백 프로가 필요할 땐 그 힘을 쓰고 일이 끝나면 다시 80프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려서부터 항상 최선을 다해 살 것을 요구받는다. 요샌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 어릴 땐 모든 초등학교 아이들의 목표가 서울대였다. 당시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위 1퍼센트에 들어가야 했는데 100대 1의
지난 성탄 때, 은사이신 신부님의 사모곡을 받았습니다. 임의 꾐에 넘어가 평생을 역사비평과 해석학을 기반으로 역사의 예수를 찾았던 정양모 신부님께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음미하다가 독자들에게 신부님의 사모곡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신부님의 사모곡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익명의 벗들까지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사랑이신 신부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은 어머니의 꽃다발이 자꾸 생각납니다. 치매를 앓으셨던 어머니가 온전한
2021년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사업장의 안전체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 시행을 1년 늦췄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추가로 준비기간 2년을 더 주었다. 예정대로면 이 법은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런데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2년 더 유예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3년 동안 손 놓고 있던 정부와 여당과 사용자 쪽이 막상 시한이 되자 준비 부족과 경제활동 위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활동 포기법’, ‘실업자 양산법’이 될 거라며 또다시 시행
지난 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희생자를 요구하는 파괴적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는 무기로만 싸우는 게 아니고 언론 플레이를 동원해 싸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방식의 '내러티브'와 '프레임 씌우기'다. 일어난 사건을 어떤 확고한 틀에 집어넣고 특정한 표현방식으로 얽어맨 뒤 그것을 지치지도 않고 무한반복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처음부터 2023년 10월 7일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팔레스타인 조직 하마스의 무장공격을 "괴물 같은" 혹은 "악마적인" 테러 행태로 규정하고, 그것이 사무치도록 깊은 유
종교에 입문하려는 이의 동기는 대체로 그가 바라는 바와 일치한다. 누군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종교에 입문했다면 이 동기가 대체로 그가 종교에서 바라는 내용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물론 한두 가지 동기가 전적으로 입교를 결정하지 않고 또 바라는 바의 전부도 아니다. 그 동기와 바라는 바도 그야말로 대표적인 것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대부분은 자기 마음을 움직인 내적 동기를 잘 모른다. 이런 동기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눈치를 채는 경우가 흔하다.‘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데 지난 칼럼에서 새 신자의 가장
이번 '희망의 빛'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이야기를 4회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수도생활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수도회, 수도자의 모습을 직접 소개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든 한국 수도회에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박미영 수녀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1877년 영국 노팅엄 하이슨 그린에 있는 낡은 양말 공장에서 가경자 메리 포터와 수녀 다섯 명이 시작한 국제 수도회다. 우리 회가 하는 사도직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과 함께하신 성모님과 일치하여 아픈 이들,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임종
“온통 허물어진 담장을 지나 거기 이르렀습니다. 차마 말로는 다 못할 서글픔이 거기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4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누추한 묘지에, 프랑스의 영광스런 자녀들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어떠한 소리도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중국인 학생들이 반복해 대는 콧소리만이 이 음산한 고요를 흩트리고 있습니다.”(부르불롱의 기록, “Relation de voyage de Shang-Haï à Moscou, ....” 중에서)부르불롱, 정복사 묘지를 기록하다1860년 어느 프랑스 외교관이 묘사한 정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가고 있는 걸까? 한동안 잠깐은 정말 겨울이구나 했는데, 그 뒤로 쭉 벌써 봄이 왔나 싶게 날이 푸근하다. 소한이 코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글쎄 지난 주말에는 마을 뒷산 정상에 올랐는데 꿀벌 몇 마리가 날아다녀서 깜짝 놀랐다. 12월 말에 꿀벌이라니 이게 웬말인가. 추웠다 더웠다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꿀벌들도 어느 가락에 춤을 춰야 하는지 헷갈리는 모양이다.헷갈리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원고 마감일이 있어야 겨우 원고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가 동장군의 독촉이 없으니까 월동 준비를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어떻게 해서 이주민 사도직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 물음은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일단 이주민 사도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함의가 매우 근대적이다. 오늘날 정의평화나 생태환경, 이주민, 영성과 같은 한국 가톨릭교회에 익숙한 사도직 분야들은 전문화와 분업화라는 근대적 사유가 교회 안에 들어오게 된 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주라는 이름 자체는 꽤 오래된 연원을 갖지만 이주민들을 위한 사목 역시 기껏해야 그 역사가 1871년으로 소급할 수 있을 뿐이다. 독일에서 성 라파엘회가 설립되어 전 세계에 이주
지난해 교육계에 가장 많이 거론된 주제는 ‘교권’이었다. 교권 추락, 교권 붕괴 등의 기사 제목들은 어느새 학생 인권 탓으로 연결되더니 급기야 12월 15일 충남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되기까지 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일어났던 교권 침해 사안들은 물론, 학교 폭력, 아동학대 신고, 교사 사망 사건들까지 모든 문제가 마치 학생인권 조례만 폐지되면 해결되는 것인 양 학생인권 사냥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인권처음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진 시대는 ‘오죽하면 때리지 말라고 법으로 강제했을까’ 반성해야 할 상황이었다.
필자가 입사해서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누구나 선망하는 국제금융부이고, 이동하게 된 부서는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관재부(부동산 매입과 고정자산 관리부서)여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입사동기들은 아무도 부서를 이동하지 않는데 나만 이동하게 되었으니 여러 구설수가 많았다. 회사에서 겪은 첫 시련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 시기만 지나면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인 면도 있었고, 대학 시절 야학을
젊은이는 교회에서 살고자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 공동체에 발을 굳건히 디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진리를 향한 궁금증으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려는 젊은이가 있는 한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때에 젊은이가 교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오늘부터 매달 네 번째 월요일에 '하마터면 지구에서 살 뻔했다!'를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니체의 “지구에 거주하는 인간-비인간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 전환의 주요 관점에 해당하는 문화 현상을 소개하고, ‘대지에서의 삶’을 사랑할 새로운 관계에 대한 문화비평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김연희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1929-2023)가 얼마 전 작고했다. 쿤데라는 체코의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에 숙청되어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 저
이 글은 42호(2023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가자지구“가자지구의 주민 어느 한 사람도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은 이가 없 다.” 지난 10월 7일부터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무차별적으로 행한 공격으로 한 달 만에 1만여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당했다. 1967년 이후 살해된 아동 총수보다 이번 한 달간 공격에 살해된 아동 수가 더 많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비롯해 2만 5000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해 병원 과 구급차를 폭격하고, 언론인을 표적 살해하며,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