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와 직장 내 괴롭힘 대처

필자가 입사해서 채 2년이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가 누구나 선망하는 국제금융부이고, 이동하게 된 부서는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관재부(부동산 매입과 고정자산 관리부서)여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다. 입사동기들은 아무도 부서를 이동하지 않는데 나만 이동하게 되었으니 여러 구설수가 많았다. 회사에서 겪은 첫 시련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라고 여겼다. ‘이 시기만 지나면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인 면도 있었고, 대학 시절 야학을 경험하면서 주변 환경이 불편한 것이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고 여기게 되어 화려한 국제금융부보다는 현장에 더 가까운 관재부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돌이켜 보면 관재부에서의 경험이 회사 안에서 내 실력을 인정받고 자아가 뚜렷한 사원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에서 사회교리를 실천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우선 나 자신이 똑바로 성장하는 것이다. 주변의 시기나 질투 또는 업신여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까다로운 상사를 만나거나 골치 아픈 동료를 만나면 출근길이 유쾌하지 못하다. 노동을 통해서 세상의 선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사회교리는 얘기하고 있지만, 일을 통해서 내가 고통받고 있다면 노동은 아담의 원죄에 대한 하느님의 형벌 같다는 심정이 된다. 나에게도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면서도 왜 제대로 못하느냐고 후배들을 윽박지르기만 하던 상사가 있었다. 대부분 이 상사와 같이 일하는 걸 꺼려 했다. 얌체같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자신의 공인 것처럼 채가는 동료도 상당수 있었다. 어느 회사나 단체에서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주는 사람들과 일하면서도 노동이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노동에 대한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기준과 원칙만으로는 회사에서 행복하게 지내기 쉽지 않다. 바로 눈앞에서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상사에게,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오랜 시간 이를 연구하고 체득한 분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로젠버그는 우리가 쓰는 언어와 말이 연민을 느끼는 능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구체적인 대화 방법, 비폭력 대화라고 부르는 방법을 개발했다. 비폭력 대화는 가족, 학교, 다양한 조직과 기관 등 어느 상황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분쟁과 갈등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사원, 대리 시절에 접하고 배웠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말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다음 내용은 "비폭력 대화"(마셜 B. 로젠버그, 바오출판사, 2004)를 참고해서 인용한다.

비폭력 대화의 첫 번째 요소는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고 관찰하는 것이다. 출근하자마자 화부터 내는 상사에 대해 “재수 없게 아주 고약한 상사를 만나서 내가 고생이야”라고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얼마나 자주, 어떤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지부터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요소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것이다. “상사에게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는 ‘느낀다’라고 하기보다 ‘생각한다’로 바꾸면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통 우리는 느낌보다는 생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어떻게 행동한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나의 실제 느낌을 표현하는 말을 구분하는 것이 유익하다. “상사에게 나는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라고 표현하면 상사에 대한 나의 판단과 해석에 가깝다.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나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느낌을 표현함으로써 스스로의 취약점을 인정하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폭력 대화의 세 번째 요소는 우리 느낌 뒤에 숨은 욕구를 인식하는 것이다. “상사가 언성을 높이면 겁이 납니다”라고 하기보다 “상사가 언성을 높이면 나는 ‘여기서 누군가 상처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겁이 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하면 느낌 뒤에 있는 욕구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비폭력 대화의 네 번째 요소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무엇을 부탁하길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말함으로써 긍정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것,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 단계는 자기표현 단계를 벗어나, 똑같이 네 가지 요소를 적용해 다른 사람이 무엇을 관찰하며,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며, 부탁하는가에 귀 기울여 보는 것, ‘공감하기’다. 까다로운 상사나 골치 아픈 동료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에 집중한다. 공감하는 대신에 우리 견해나 느낌을 설명하거나, 상대방에게 조언을 하거나,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수 있지만 공감은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전력을 다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비폭력 대화를 잘 배우고 익히면, 상사나 동료를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또 상대방이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거북한 말을 해도 적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들을 수 있게 되어, 내 삶이 편안해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준비를 마치면 주어진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안에서 노동을 통해 세상의 선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자신의 노동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회사 내 왕따 문화나 직장 내 괴롭힘까지 개선한다면 사회교리 실천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된다.

회사 내 왕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때, 구조조정에 순응하지 않아 퇴직을 강요받을 때,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사람과 마찰이 생길 때, 종종 왕따가 된다. 왕따가 되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말을 걸지도 않고 식사도 혼자 하게 된다. 왕따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되어 처벌할 수 있지만 왕따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대해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교묘한 왕따는 신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동료가 왕따 행위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사회교리를 실천하길 원하는 신앙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통받는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곳에 있기’를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내가 충분히 공감한다고 상대방이 느낄 때 왕따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의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먼저 말을 걸고 같이 식사하도록 유도하면 좋다. 상사와 나누는 업무적인 대화나 동료와의 대화를 잘 관찰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 부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같이 찾을 수 있다. 설령 주변의 동료들이 왕따 행위를 멈추지 않더라도 공감하는 내 옆에 한 명이 있다면 직장은 더 이상 하루도 견디기 힘든 지옥이 아니다. 과장, 부장이 되면 조직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커지겠지만 사원, 대리 시절에는 이만큼 실천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조은기(아우구스티노)

80년대 가톨릭학생회와 야학에서 20대를 보내고, 33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에서 사원, 대리, 과장, 부장을 거쳐 팀장, 임원, 대표이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은퇴하여 국내외 다양한 순례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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