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교회에서 살고자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포함한 젊은이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자기 공동체에 발을 굳건히 디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진리를 향한 궁금증으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려는 젊은이가 있는 한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때에 젊은이가 교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직적이고 성직자 중심으로 짜인 교회 세상에서 젊은이는 많은 한계에 부딪힌다. 신학 공부나 사목 활동이 마치 성직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젊은이라는 틀에 가둬 성장만 해야 하는 영적 수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교회에서 살고, 뿌리내리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은 젊은이의 희망은 한 순간의 꿈으로 전락하여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일부 젊은이는 뿌연 연기를 걷어내고 교회 공동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도직을 찾아 한 발짝씩 앞으로 나서는 외로운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한 선교 활동

내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줄리앙(23살)은 가톨릭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그는 일상 속에서 하느님 말씀을 자연스럽게 듣고 묵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2019년 꺄또글라드(Cathoglad)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콘텐츠 제작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주변의 몇몇 친구가 한데 모여서 매일 미사 독서와 복음을 읽고 팟캐스트 형식으로 녹음해서 게시하는 거였다. 콘텐츠를 얼마나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꾸준히 이 작업을 지속하고 소수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할 수 있다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구독자는 순식간에 15만 명으로 늘어났다. 줄리앙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적 목마름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독서 복음 말씀을 제공하는 채널뿐만 아니라 매일 기도할 수 있는 채널, 성가를 들을 수 있는 채널 등 다섯 개 채널로 늘려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까또글라드는 프랑스 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주교회의 산하 커뮤니케이션 선교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 같은 젊은이의 열정에 도움을 주고자 협력하는 사제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줄리앙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림 시기를 맞아 프랑스 주교들이 영적 이야기를 릴레이로 나누는 영상을 제작한다면서 한국 주교님도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인 구요비 욥 주교님이 협력해 주셨고, 프랑스어로 영상을 찍어 주셨다. 무척이나 기뻐하는 줄리앙에게 대뜸 꺄또글라드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주 단호하면서 간단했다. “성경을 왜 평신도가 선포하냐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래도 우린 하느님을 보는 사람들이잖아. 난 하느님을 믿어!"

까또글라드 설립자 줄리앙(왼쪽)과 구요비 주교 인터뷰 후 사진. (사진 제공 = 이주현)
까또글라드 설립자 줄리앙(왼쪽)과 구요비 주교 인터뷰 후 사진. (사진 제공 = 이주현)

온전히 봉사하고픈 종신 부제직

서구권 교회, 특히 프랑스 교회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모습이 바로 ‘종신 부제(Diacre permanent)'였다. 한국에서 자라 온 나로서는, 부제는 곧 사제가 되기 위한 한 과정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종신 부제직은 초기 교회 때부터 있어 온 성직자의 한 직무였고, 대표적으로 돌에 맞아 순교한 스테파노 역시 종신 부제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종신 부제는 부제직만 수행하는 성직자다. 이 직무는 과거에 사라졌다가 20세기에 다시 부활했다. 종신 부제는 사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고 부제품을 받으면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 프랑스 연구대학에서 만난 압둘(24살) 역시 종신 부제직을 희망하는 신학생이다. 보통 은퇴 후 혹은 본업과 겸하여 종신 부제품을 희망하는 중년의 신학생들과 달리 그는 내가 본 가장 젊은 종신 부제직 신학생이었다. 같은 신학교 안에서도 사제품을 희망하는 젊은 신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한 종신 부제직 신학생이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압둘은 프랑스 사람이 아니다. 알제리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그곳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해 왔다. 지중해를 건너 프랑스로 온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사제를 도와 온전히 봉사하길 희망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부제직은 사제직보다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가 주체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단순하게 돕기만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종신 부제는 성직자이면서 혼인을 할 수 있으니까 교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사목활동을 할 수 있어요.” 압둘은 프랑스에서 종신 부제직을 충분히 습득한 뒤 알제리로 돌아가 종신 부제직을 장려하고, 종신 부제직을 희망하는 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싶은 꿈을 가지며 신학 공부를 이어 나가고 있다. 

프랑스 모(Meaux) 교구 종신부제 서품식. 수품자의 아내가 성인호칭기도 할 때 뒤에 서 있는 게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 프랑스 모 교구)
프랑스 모(Meaux) 교구 종신부제 서품식. 수품자의 아내가 성인호칭기도 할 때 뒤에 서 있는 게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 프랑스 모 교구)

새로운 사도직은 정말로 존재할까

나는 세계청년대회 소셜 미디어 담당자로 7년째 봉사하고 있다. 2016년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처음 선발되었고, 그동안 역대 조직위원회에서 배포하는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한국에 배포하는 일을 했다. 덕분에 언론보다 더 밀접하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계청년대회가 무엇인지, 또 다양한 경로로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릴 수 있었다. 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담당사제와 협력하여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와의 소통을 담당했고, 많은 정보와 준비 과정 그리고 나의 오랜 경험을 서울대교구에 나눌 수 있었다. 최근 어느 때보다 한국 교회 구성원들이 세계청년대회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나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봉사하며 고생했다며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 한편,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부 사제들은 어떤 자격으로, 어디 소속으로, 누구의 지시로 활동하는 것인지 물었고, 한국 교회에서 인가를 받은 활동이냐고 캐묻기도 했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당연히 한국 교회 상임기구인 주교회의에 지속적으로 보고했지만 그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은 건 담당 신부님들입니다. 저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걸 오랜 시간 꾸준히 해 왔던 것뿐입니다.”

새로운 사도직이라는 게 정말로 존재할까? 앞서 소개한 두 사람과 내 이야기만 보더라도 새로울 수 있으나 새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아예 없던 걸 창조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이 바라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자리를 찾아 자리잡는 모습이 새로운 사도직이 아닐까 싶다. 마치 등산할 때 새로운 길을 발견하여 “이런 길도 있었네!” 하며 흥미롭게 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저 너머에 있는 것을 비판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서로 모르게 움직이며 완성되어 가는 신비의 공동체다. 오직 하느님만이 전체를 보면서 우리를 어떠한 조건과 자격에 상관없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부르신다. 젊은 그리스도인 또한 세례를 받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삼중 직무인 왕직, 사제직, 예언직을 받았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현재'인 젊은이는 보편적 구원의 성사인 교회가 세상과 관련을 맺는 모든 사목 활동에 참여하고 주체가 되고 싶어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 바로 이게 새로운 사도직이며 젊은이는 그 여정 중에 있다.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한국인 국제 자원봉사자들. 한국인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다. (사진 제공 = 이주현)<br>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한국인 국제 자원봉사자들. 한국인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다. (사진 제공 = 이주현)

이주현(그레고리오)

가톨릭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가톨릭평화방송>과 서울대교구에서 영상 제작자로 일했다.
2016년부터 세계청년대회 소셜미디어 한국어 담당자로 봉사하고 있고, '그레곰'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가톨릭 콘텐츠를 제작하여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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