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이철성 사과 언론 보고 알았다"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씨 사인 정정에 대해 유족과 투쟁본부 등이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했다. 또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를 두고는 “개인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6월 20일 오전 10시께 백남기 씨 유족이 서울대병원에서 외인사로 바뀐 사망진단서를 새로 발급받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남기 씨의 큰딸 백도라지 씨는 이철성 청장의 원격 사과에 대해 “세상 천지에 사과를 받을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데 사과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사과하는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외인사로 바꾸고 하루 뒤 16일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 자리를 빌어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박종철, 이한열 님 등 희생자들, 특히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백 씨는 “(사과가) 개인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예의와 법도를 지켜 달라며 사과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 사과에 뭘 잘못했는지가 빠졌다며, “살인적인 시위 진압, 살인적인 직사살수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법적인 판결이 나기 전에는 사과 안 하겠다고 버텨 놓고 왜 태도를 바꿨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왜 사과가 1년 7개월이나 걸렸는지도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유가족 외에 백남기투쟁본부 정현찬 공동대표(가톨릭농민회 회장),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등이 함께했다.

▲ 6월 20일 백남기 씨 유가족이 외인사로 바뀐 사망진단서를 새로 발급받았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사인 정정은 시작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했다. ⓒ배선영 기자

서울대병원 노조 최상덕 분회장은 “유가족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정요구를 하니 교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라 (사인을) 바꿨을 뿐이고 잘못이 없으니 서울대병원은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게 병원과 백선하 교수의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서울대병원, 경찰, 검찰에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에 “외인사를 병사로 조작한 것을 정권의 외압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사인조작 시도의 전말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투쟁본부는 또 전 신경외과 과장 백선하 씨와 서창석 병원장 등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경찰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과잉 진압에 대한 진상규명도 없이, 정도를 벗어난 폭력 진압에도 영전, 승진을 거듭하고, 퇴임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부검영장을 빌미로 장례식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일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백도라지 씨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자신들이 고소한 7명의 경찰관을 어떻게 징계할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당시 내부조사 뒤 만든 청문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했다.

투쟁본부는 이어 검찰에는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강제 부검을 강행하려 한 검찰 측 책임자를 징계하고, 강신명 등 당시 경찰 고위 책임자와 진압경찰관을 기소,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회에서 8개월째 잠들어 있는 백남기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물대포-차벽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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