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 인정하는 청구인낙 추진, 후속 조치 미흡에도 사과

경찰이 처음으로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1일 경찰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남기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구인낙'이란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의 청구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경찰청장이 직접 유가족에게 대면사과하고 유족의 요구 사항을 적극 수렴, 피해회복 등을 지원하며, 이후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와 민, 형사재판 적극 협조,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정 조치, 공권력 행사에 따른 인명피해 조치 매뉴얼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건 당시 살수차요원이었던 최 경장과 한 경장이 9월 27일 손해배상에 대한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면서 “경찰청이 책임인정 의사를 막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경찰청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으며, 진행과정에서 경찰청이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런 오인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6월 16일 경찰청장 사과 뒤 후속조치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최 경장과 한 경장은 청구인낙서를 제출할 당시 "3개월 전부터 유가족의 민사재판 청구사항을 모두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계속 진행했다"고 밝혀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경찰이 청구인낙을 추진하기로 한 건은 지난해 3월 백남기 씨 유가족이 정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신윤균 당시 4기동단장, 살수차 요원 2명 등 5명을 상대로 제기한 2억 41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현재 살수차 요원 2명과 신윤균 당시 4기동단장은 청구인낙을 했지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여전히 청구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소송대리를 경찰청에서 맡고 있어, 이번 발표에 따라 청구인낙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월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했지만, 살수차요원 등의 청구인낙을 막은 것이 드러나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사진 출처 = YTN뉴스가 유튜브에 게시한 동영상 갈무리)

이철성 경찰청장이 약속한 인명피해 조치 매뉴얼과 재발방지 대책은 “(공권력으로 인명피해가 일어났을 경우) 공개 사과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자에 대한 의료, 법률 피해회복 지원, 행위자 직무배제와 지휘관에 대한 징계 및 수사, 국가 책임 인정 등 피해자(유족) 배상, 백서발간을 통한 재발방지” 등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치안 여건에 맞는 적정 물리력 행사 가이드라인 마련, 경찰의 본분과 기본자세, 경찰권 행사의 원칙과 가치 등을 담은 경찰 법집행 강령 제정, 경찰의 공권력 남용 예방을 위한 현장 통제 장치 강화, 경찰의 정치적 중립 천명과 같은 재발방치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개혁위원회 위원들은 “청구인낙 (진정성)논란의 본질은 경찰청이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한 청장의 사과 이후에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늦게라도 진일보한 후속조치를 마련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전에 보다 전향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 최석환 사무국장은 “당연한 것이 이제야 됐다는 안타까움, 지난 6월 경찰청장의 사과와 이번 조치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재판이 진행된 것도 1년 6개월이 지났고, 조치를 하고 나서 사과를 해야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청구인낙을 했지만 바로 소송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11월 10일 재판에서 판사가 청구인낙을 검토하고 확정해야 소송이 끝난다.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기된 소송인만큼 장례비 등으로 배상금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강신명과 구은수에 대한 청구인낙 여부 등 모든 것은 이날 재판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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