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가족, "아버지 끝까지 지키겠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를 지키겠다.”

9월 28일 오후 8시 쯤 서울중앙지법이 결국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10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부검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이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런 뜻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할 시에는 힘을 다해 막아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부검 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를 정하는 데 유가족의 의사 확인, 부검 시 유가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 그리고 유가족 1-2명 참여, 부검 과정 영상 촬영, 신체 훼손 최소화, 유가족에게 부검 절차와 시기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 등의 조건을 붙였다. 영장 집행은 일출 전과 일몰 후에도 가능하며, 유효 기간은 10월 25일까지다.

투쟁본부는 ‘조건부’라는 것이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협의의 여지가 없으며, 법원과 검경이 결국 모든 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을 유가족에게 넘긴 셈이라는 입장이다.

▲ 유가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28일 부검 영장이 발부된 지 두 시간 반 만인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이덕우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는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해 “최선을 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검에 조건을 붙인 것은 결국 위장일 뿐”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민변 변호사로서 시위 참여로 사망한 이의 부검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는 이 변호사는 법원이 붙인 조건은 이미 1990년대부터 유가족이 반대할 경우 적용한 적이 있었으며 전혀 새롭지도 않고 의미도 없으며,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한 조건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부검 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변호사와 의사가 입회한다고 해도, 의심 장기나 조직을 분석, 종합, 기록하는 것은 나중의 과정이며, 유가족이 시신의 훼손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이후의 (해부와 분석)과정은 아무도 관여하지 못하며, 현재 상황에서 그 과정의 공정성은 누구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검 필요가 없는데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이라며, “압수수색이나 검증, 구속영장 발부 등은 국가 공권력 행사로 반드시 필요한 때만 제한적으로 발부해야 한다. 이번 영장 발부는 판사 개인은 물론 사법부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영장 발부에 대한 유가족 입장을 들은 이영선 신부(광주대교구)는, “(영장 발부는) 아주 정치적이고 비열한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신부는 특히 가족들의 입장을 걱정하면서, “유가족마저 너무 괴롭히고 있다. 영장 발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과 혼란이 빚어질 것이고, 받아들이면 비참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었다.

부검 영장 발부를 두고 법조계도 입장을 밝혔다. 먼저 민변은 “법원의 집행제한을 둔 부검 영장 발부는 결국 검경에게 면책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결정은 유가족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결국 가해자인 경찰에게 또다시 고인의 시신을 훼손하도록 허락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검, 경의 부검영장 청구는 제3의 요인에 의한 사망이라는 자신들의 면책구실을 찾기 위해 영장청구권을 남용한 것이며, 이번 영장발부는 형식적으로는 균형을 갖추려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를 회피해온 검, 경에게 면죄부를 찾을 기회를 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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