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든 외인사든 부검 필요 없는 확실한 사인"

백남기 씨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10월 4일 오후 ‘부검영장에 관한 종로경찰서 협의 요청’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을 전제로 한 경찰과의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된 지 하루만인 9월 29일 유족 측에 10월 4일까지 영장 집행에 대한 협상단을 구성해 논의하자는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투쟁본부와 유가족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경찰에게 다시 아버지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유족의 변함없는 뜻이며, 힘을 다해 고인을 지켜 낼 것”이라고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유가족 법률대리인 민변 이정일 변호사는, “유가족에게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정확한 영장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종로경찰서에 영장 공개를 우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협의 요청서를 보낸 다음 날부터 영장공개청구를 하고 매일 문의하고 있지만 내부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부검 불가 입장을 밝히는 한편, 10월 3일,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서울대 특조위) 결과에 반박하며, 공식적으로 사망진단서 정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백남기 씨의 주치의였던 신경외과 백선하 과장이 ‘병사’ 판단 이유로 든 “급성신부전과 (고칼륨증에 따른)심폐정지”는 사고 직후 급성경막하출혈 이후 장기간 약물투여에 따른 예측된 부작용이며, 투석 반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014년 11월 14일 오후 9시 30분 당시 응급의들이 이미 “소생가망이 없다”고 진단했지만 한 시간 뒤인 10시 30분쯤 등산복 차림으로 나타난 백선하 과장이 수술을 제안했다"며, 경찰의 연락을 받은 병원장의 지시로 급히 나타나 수술한 점으로 미뤄, 백 교수의 수술은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제 3의 요소에 의한 것이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사망진단서를 정정해 온 관행이 있고, 사망진단서 작성의는 애초 백 교수가 아니라 다른 담당 레지던트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수 있다며, 서울대병원에 사망진단서 정정 요청서와 면담요청을 접수했다.

▲ 유가족은 수술을 마친 뒤, 백선하 과장이 가족에게 수술 전 상태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설명 내용과 의무기록은 왜 병원이 소생가능성 없는 백남기 씨의 연명치료를 그토록 적극적으로 했는가에 대한 의혹을 낳고 있다. (자료 화면 = 백남기 투쟁본부)

앞서 10월 3일 서울대 특조위는 사망진단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법의학자 이윤성 박사를 위원장으로 한 특조위는 “고인의 사망진단서의 직접사인에 ‘심폐정지’를 기재한 것은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다”며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사망진단의 판단은 담당한 의사 재량에 속하며, (백선하 교수)가 주치의로서 헌신적 진료를 시행했으며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선하 교수는 ‘병사’로 기록한 이유는 7월부터 급성신부전이 발생했지만 환자 가족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체외투석 등의 치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급성경막하출혈 뒤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투쟁본부와 유가족은 특조위 발표 뒤 반박 입장을 냈다. 이들은 “사고 당일 응급실에 실려 왔을 당시, 이미 소생 불능 판정을 받았으며, 백선하 교수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수술을 결정하고 이후 생명 연장을 위한 조치를 받아 왔다”며, “고인은 생전에 연명 조치는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백선하 박사는 수술을 마친 뒤인 11월 15일 오전 3시 30분쯤 가족들을 만나, “출혈로 뇌의 반 정도 피가 차서 뇌가 심하게 반대편으로 밀려 있다. 응급실에 왔을 당시 기록을 보면, (생명조절중추인)뇌뿌리가 살아 있다는 표시인 뇌뿌리 반사가 전혀 없고, 이미 동공확대와 통증무반응 등으로 뇌사 상태로 수술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통증 반응이 있어 수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투쟁본부와 유가족은 이들은 오히려 병원 측은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가족들의 의사에 반해 ‘투석’ 외 모든 조치를 해 왔다고 밝혔다.

백남기 씨의 모든 진료기록을 검토한 인의협 이보라 사무국장은, “보호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병원 측은 심폐소생, 승압제 사용, 채혈과 수혈 등을 계속 적극적으로 해 왔다. 뇌사 상태에서 약물과 기계에 의존하는 생명 유지는 한계가 있고, 이미 예측된 증상으로 사망한 것”이라며, “투석을 원치 않은 보호자 때문에 사망했고 그래서 ‘병사’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며, 투석을 했다면 조금 더 유지될 수 있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가족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주치의의 설명 동영상, 의무기록지, 백선하 과장의 과거 진술 등은 법적으로 부검이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외인사든 병사든 부검 영장 발부라는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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