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건 수사 촉구 1인 시위, 입법청원운동 전개

“500일이 지났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3월 27일은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500일째다.

이날 백남기 투쟁본부, 가톨릭농민회, 천주교인권위 등 25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인데도, 검찰은 경찰 진압책임자 7명 중 누구도 기소하지 않았고, 수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정부 측은 성의없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의 직무유기에 특검도입을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또한 특검 법안은 6개월째 잠들어 있다”고 했다.

이들은 “500일이 되도록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다”며 “강신명을 비롯한 경찰 책임자들이 처벌받고, 서창석, 백선하 등 정치의사들이 대가를 치를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 3월 27일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500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검찰, 수사의지 없다.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는 “벌써 500일인데 아무것도 해결된 거 없어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신명(전 경찰청장) 등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고, 서울대병원에도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했다.

정현찬 대표(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 가톨릭농민회 회장)는 “진단서에 병사로 돼 있어 사망신고도 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이 진단서를 다시 발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송아람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당시 경찰청장 강신명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아무런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관련 자료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모로 봤을 때 (검찰이) 수사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재판부의 요청에도 국가와 경찰은 관련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규명을 소극적으로 은폐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직사살수 행위와 이를 가능하게 했던 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한 상태인데, 그간 탄핵 때문에 지연된 재판이 이제는 속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또 “박근혜 게이트에서 밝혀졌듯이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이 백남기 씨의 의료정보를 무단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고소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백선하 의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와 진단서 정정 청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사실관계가 분명한 전형적 국가폭력 사건인데, 국가는 피해자인 백남기 씨를 적으로 돌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변정필 팀장(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은 검찰이 “알려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당한 사유없이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지연되고, 수사내용이 아니라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인권침해를 조사하지 않고 재판에 붙이지 않는 것 자체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오늘 3월 27일부터 같은 피해가 나지 않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바꾸는 입법청원운동을 벌인다.

▲ 500일, 책임자 중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백남기 투쟁본부 등은 서울중앙지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입법청원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배선영 기자

청와대에 항의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할 수 있어야
재발방지 위한 입법청원 운동 전개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백남기 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쓰러진 뒤에도 경찰은 여전히 청와대 쪽으로 집회, 행진을 막고, 차벽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행태는 촛불집회에서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서 어쩔 수 없이 길을 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은 여전히 금지 통보를 하고 물대포를 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충분히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백남기를 기억하는 방법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경찰에 의한 무자비한 국가폭력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은 ▲국회, 법원, 청와대 앞 100미터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11조 삭제 ▲교통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금지 조항 집시법 12조 삭제 ▲차벽설치 금지 신설 ▲물대포 추방 신설 등이다.

이 교수는 청와대에 항의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바로 앞에서 집회할 수 있어야 하며, 정당성 없는 차벽을 금지하고, 시민의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인 물대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입법청원 내용을 설명했다.

한편, 백남기 투쟁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오늘부터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다. 한달간 주말을 제외한 매일 12-1시에 진행하며, 오늘 첫 주자로 백도라지 씨가 나섰다.

3월 27일 오늘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500일 시국미사’가 봉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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