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속풀이' 코너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궁금해 하신 분들이 계실 줄로 압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가 바빴던 탓도 있고 웬만한 질문들은 얼추 다 다뤘다 싶기도 해서 제 하루하루 소임에 전념하고 지냈습니다. 혹시나 제 건강을 걱정하신 분이 계시다면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합니다.그러던 차, 한 여성 신자분께서 이런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여자가 여자 성인이 아니라 남자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라틴어 성 변화에 맞춰서 여성명사화 하지 않고 원래 고유명사 그대로 쓸 수 있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럴
전에 다룬 속풀이 기사(“가짜 성물이 있다는 거 모르셨죠?”) 와 관련하여 질문을 해온 신자분이 계셨습니다.부친으로부터 이콘을 선물받아 사용하시고 계신 듯한데, 이렇듯 정교회에서 제작된 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독자분들 대부분 정교회의 이콘은 성물로 간주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말이 정교회의 물건이지 사실 가톨릭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교회는 가톨릭교회와 다툼으로 인해 결별했을 뿐 초기 교회에서는 한 가족이었습니다. 여전히 정교회와 동일한 형태의 미사 전례를 진행하면서도 가톨릭교회를 떠
전에 한 수도원 신부님과 “유사 성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대화를 통해, 성물 본래의 의미를 살리지 않거나 왜곡하여 만든 성물이 있고 일부 신자들은 이런 걸 모르고 구매 사용하고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그 신부님은 이걸 어떤 방식으로 알리고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교회를 이끌고 있는 주교회의에서 교통정리를 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였기에 왜곡되거나 악의적으로 제작된 성물을 조사하여 주교회의에 알렸는데,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에는 답이 없는 상태였습니
교회 전례력은 11월 9일에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Feast of the Dedication of the Lateran Basilica in Rome)을 지내도록 알려줍니다. 여기서 바실리카는 우리말로 대성전으로 번역하지만, 역으로 대성전을 서구어로 번역을 할 경우 Basilca, Cathedral, grand church 등 선택지가 다양해집니다. 그래서 바실리카는 크기가 크다고 다 붙일 수 있는 성당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바실리카"라는 단어는 로마 시대의 옥외 장소로서 공터(포룸, for
제단이랑 제대를 구분 않고 사용하는 분들이 계신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람들은 제단을 제대의 옛 용어라고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교통정리를 요청하는 분이 계셔서 속풀이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제대’와 ‘제단’은 같은 것을 가리키는 용어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평소에는 별 구분 없이 사용하다가도 우리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의식해 보게 됩니다.사전의 도움을 받아 찾아보면, 제단(祭壇, 라 presbyterium, 영 presbytery)은 미사가 봉헌되는 제대, 감실, 사제석 등이 마련된 성당의 앞부분을 가리킵니다.("천
전례력에 보면 대천사 축일(9월 29일)도 있고 수호천사 기념일(10월 2일)도 있습니다. 성경 여기저기에서도 천사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천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대천사 축일과 수호천사 기념일이 별개로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인식하셨는지 어떤 분이 천사들의 부류와 서열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곁으로 가면 다 천사 혹은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가 그렇다고 가르쳐 준 기억은 없습니다. 신앙
제가 파견된 보육 시설에는 미사전례를 도와주는 전례단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미사 전에 제대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뭔가 교통정리를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복사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다뤄보려 합니다.제대에 놓인 초는 미사 전에 불을 붙여 놓아야 합니다. 제대 초에 점등은 보통 복사들의 몫입니다. 교회법상 초에 어떤 순서대로 점등하라는 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미사 전례의 봉사자 그룹을 이루는 복사단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지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저도 어릴 때 복사단에서 활동을 했
어떤 신자분께서 제3수련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제3수련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나 봅니다. 교회상식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일종의 속풀이 번외편으로 다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제3수련(tertianship)은 예수회(Society of Jesus)라는 수도회에 입회한 이들 즉, 예수회원들이 평생교육과정의 거의 최종단계에 두는 수련과정입니다. 보통 "수련" 하면 수도회에 입회한 지 얼마 안되는 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예수회원들은 사제든 사제직을 받지 않는 평수사든 모두 제3수련을 받도록 요청받습니다.일반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당연히 악도 하느님의 산물이 되겠습니다. "아, 그렇군!" 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늘 이 논리에서 혼란이 발생합니다. 그럴 것이면 악을 왜 만들어서 우리를 힘들게 하신 것인가!그런데 이런 논리를 좀 더 밀고 나가면, 인간을 왜 만들어서 지구를 혹사시키는 것일까? 나치는? 일본의 군국주의는? 빈부격차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코로나 19는?.... 하느님이 답해야 할 것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악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지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이라고 미사 경본에 나와 있듯이,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원하셔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밖의 질문일까요? 이 질문을 해 오신 분은 예수님의 수난기를 읽다가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라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듣고 보니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지만, 예수님이 끝까지 십자가 위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하셔야 할 일을 피
교리를 듣던 조카가 물어왔습니다. 9일이라는 기간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을 구일기도라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9일이라는 기간이 생겼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그러고 보니 9일기도에서 9일이라는 기간의 의미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고 살지 않았었기에 조카가 던지는 질문이 신선했습니다.구일기도를 영어로는 노베나(novena)라고 합니다. 아홉을 뜻하는 라틴어 노벰(novem)에서 기인합니다. 가톨릭의 신심행위 중 하나입니다.우스갯소리를 들려드리자면, 어떤 사람이 고급차 벤틀리를 사고 싶어서 베네딕도회 수사신부를 찾아가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하느님에 대해 알려준 예수님을 굳이 하느님으로 모셔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우리가 예수님을 하느님이라 여기지 않아도 그분은 그대로 모범적인 사람이었고,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존경을 드리는 마음으로도, 그리고 그분을 본받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구원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그리스도교와 관련된 교양 수업이나 교리 시간에 충분히 접하게 될 만한 질문이 오늘 "속풀이"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
다른 종교에 비해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의 결혼에 대해 여러가지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듯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제약을 많이 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혼인과 연결된 교회법적 장애로 인해 성사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결혼이 신앙생활에 매우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기에 그렇습니다.교회가 정하고 있는 기준과 맞지 않아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안게 된 분들을 위한 안내도 이전의 속풀이에서 다뤄 봤습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그렇잖아도 결혼이라는 주제는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가족에게 이미 묵
오늘 질문에 대해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실 분이 많으실 듯합니다. 미사예물이야 청할 지향이 있으면 내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여기서 알아야 하는 것이 "교중미사"입니다. 오늘 속풀이를 위해서는 "교중미사"를 먼저 설명해야겠습니다."가톨릭 대사전"을 보면, 교중미사는 "교구장 주교와 본당 주임사제가 모든 주일과 의무적 축일에 미사예물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위해 봉헌해야 하는 미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구장인 주교는 교구 신자들을 위하여, 본당을 담당하는 주임사제는 본당 신자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세계를 지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100여 년 전인 1918년에도 전 세계를 마비시킨 전염병이 창궐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음에도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감기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른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 이 팬데믹을 가려 버렸습니다. 코로나19처럼 어마어마한 일이었는
성당에서 열심히 전례부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가 물어왔습니다. 독서를 마치면 독서자는 으레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선포하고 회중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합니다. 그런데, 전례의 분위기를 위해 이 형식을 생략하는 때가 있습니다.부활 성야의 제3독서를 마감하고 나서는 전례를 위해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하지 않습니다. '어? 이런 게 다 있었나?'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 '매일미사' 4월호를 펴시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3독서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뺄 수 없는 독서입니다. 복음 빼고 독서가 모두 합쳐서 8가지나 되고 길어서
십자가의 형태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십자성호 긋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정작 십자가에 대해서는 속풀이에서 다룬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가까이 있는 상징이라 그랬던 것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속풀이에서 십자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다 아는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 같아서 길게 설명하기도 어색합니다.그럼에도 십자가에 관하여 몇 가지는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첫째, 십자가는 예수님이 무고하게 처형 당하셨을 때 사용된 형틀이었다는 것. 둘째, 그렇게 중요한 상징인데도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십자
'예수님은 원죄 없이 태어나신 분인데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피정 중에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마찬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주변 분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우리 모두 교리를 통해 알고 있듯이, 예수님은 죄 없이 태어나고 살아가셨던 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세례는 죄를 씻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목적으로 세례를 받으신 것인지, 그 의미들을 헤아려 볼 수 있겠습니다.우선, 세례자 요한이 하는 일에 대해
친한 친구를 사고로 떠나보내느라 장례식장에서 설 연휴를 보냈습니다. 발인 날 화장장에 따라온 유족들 중에 엄마 손을 붙잡고 있던 꼬마가 묻더군요. "엄마,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 바로 옆에 신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신부님께 여쭤 봐"라며 질문을 제게 넘겼습니다.아.... 꼬마에게 천국을 어떻게 설명하지? 순간 제 머리는 꼬마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천국을 묘사할 방법을 찾느라 회전수가 높아졌습니다.독자분들 중에도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이의 질문에 적당한 답을 찾았던 분이 계실 겁니다. 단순하면서 어려운 말
마르코 복음 5장 1-20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동쪽에 있는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가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예수님은 “군대”라는 이름의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군대”라는 악령이 그 지방을 떠나기 싫다고 해서 예수님은 “군대”가 이천 마리 즈음 되는 돼지 떼로 옮겨 가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그러자 그 돼지 떼들이 호수로 달려가 빠져 죽습니다.매우 이상한 사건입니다. 딴소리 말고 꺼지라고 하셔도 될 일이었는데 굳이 돼지 떼에게 옮겨 가는 것을 왜 허락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