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구일기도(노베나) 성화.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19세기 프랑스의 구일기도(노베나) 성화.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리를 듣던 조카가 물어왔습니다. 9일이라는 기간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을 구일기도라고 하는데, 왜 하필이면 9일이라는 기간이 생겼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9일기도에서 9일이라는 기간의 의미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고 살지 않았었기에 조카가 던지는 질문이 신선했습니다.

구일기도를 영어로는 노베나(novena)라고 합니다. 아홉을 뜻하는 라틴어 노벰(novem)에서 기인합니다. 가톨릭의 신심행위 중 하나입니다.

우스갯소리를 들려드리자면, 어떤 사람이 고급차 벤틀리를 사고 싶어서 베네딕도회 수사신부를 찾아가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벤틀리를 살 수 있도록 노베나를 바쳐 주세요." 그랬더니 그 사제가 물었습니다. "벤틀리가 뭐길래 노베나를 부탁하십니까?" 그 사람이 "벤츠보다 비싼 자동차"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그 사제는 "기도하며 열심히 일하세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당신이 갖게 될 겁니다. 이런 일을 위해 노베나를 바쳐 드릴 순 없겠습니다"라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은 프란치스코회(작은 형제회) 수사신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벤틀리를 살 수 있도록  노베나를 부탁했습니다. 그 사제는 마찬가지로 벤틀리가 무엇인지 물었고, 그 답을 듣자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도 분주합니다. 이런 일로 노베나를 바쳐 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라며 거절했습니다.

이 집요한 사람은 결국 예수회원에게 찾아가서 마찬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예수회원이 답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제가 벤틀리는 알겠는데.... 노베나가 뭐죠?"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고 하네요.

예전에 들었던 유머였는데, 그래서인지 구일기도란 단어를 들으면 꼭 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베네딕토회의 기본 행동양식인 "기도하며 일하라(Ora et labora)"를 묘사하고 있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청빈 영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회원들이 세속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이런 식으로 거절한다는 걸 보여 준다고 저 나름대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은 어떻게 이해하실런지.... 궁금합니다.

다시 속풀이로 돌아와서 설명을 드리면, 구일기도의 아흐레는 우선 성경을 근거로 둡니다. 사도들과 성모님께서 성령강림을 기다리며 다락방에서 함께 기도했던 기간과 연결됩니다. 즉,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다음 날부터 셈하여 구일 만에 성령께서 오셨음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도 1,13-14) 그리고 당시 그리스-로마 문화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죽었을 경우 아흐레 동안 애도했다고 합니다. 이 풍속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이론도 있습니다.

기원은 명확치 않지만 구일기도는 교회에서 오래전부터 장려되어 온 기도인데, 특히 17세기초에는 교회의 중요 축일을 앞두고 마음을 준비하고자 권장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중요 문제들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해결되기를 청하고 감사를 드리고자 바칩니다.("가톨릭대사전" 참조)

어쩌다 아흐레를 기도기간으로 잡았는지를 혼자 생각하다 보니 삼위일체를 뜻하는 3이 세 번 반복되니 9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싶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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