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은 11월 9일에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Feast of the Dedication of the Lateran Basilica in Rome)을 지내도록 알려줍니다. 여기서 바실리카는 우리말로 대성전으로 번역하지만, 역으로 대성전을 서구어로 번역을 할 경우 Basilca, Cathedral, grand church 등 선택지가 다양해집니다. 그래서 바실리카는 크기가 크다고 다 붙일 수 있는 성당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

"바실리카"라는 단어는 로마 시대의 옥외 장소로서 공터(포룸, forum)에 세워진 다목적 건축물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마을회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신자들이 모여 전례를 봉헌하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건축물에서 유래한 "대성전(대성당)" 바실리카는 규모가 큰 성당이면 다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명칭이 되었을 것만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실리카는 교황 바실리카(라틴어 Basilica maior/ 영어 major basilica)와 소 바실리카(Basilica minor/ minor basilica)로 구분됩니다. 전자는 교황이 특별한 전례(예를 들어 희년을 선포하는 전례)를 행하는 대성당이고, 후자는 해당 지역 교회에게 매우 의미 있는 성전, 즉 기념 대성당의 의미를 갖습니다. 역사적, 예술적, 신앙적인 면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는 성당에 붙여집니다. 각각의 소바실리카가 정한 축일이 있는데 이날에 이곳을 방문하여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과 함께 하는 기도를 바침으로써 전대사 요건을 채우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바실리카, 소바실리카 이외의 성당은 대부분 교회(church)로 표기됩니다. 

교황 바실리카 중 하나인 성 베드로 대성당.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황 바실리카 중 하나인 성 베드로 대성당.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교황 바실리카는 그 명칭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바티칸을 중심으로 로마에 있는 교회 네 곳뿐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라틴어 Basilica Sancti Petri), 성 바오로 대성당(라틴어 Basilica di San Paolo fuori le mura, 성 바오로 성 밖 대성당이 공식 명칭), 라테라노 대성당(라틴어 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당이 공식 명칭, 라테라노는 지역 이름), 그리고 성모님을 위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이탈리아어 Santa Maria Maggiore는 "위대한 성 마리아 대성당"으로 해석됩니다) 대성당이 있습니다. 

이렇게 네 성당이 명실공히 바실리카의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 1800여 개의 바실리카가 퍼져 있다고 합니다. 그 대성당들은 호칭상 바실리카로 불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소바실리카(혹은 준 바실리카/준 대성전)로 불려야 할 대성전들입니다.

대표적인 소바실리카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광주대교구 소속 산정동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 십자가 현양 성당"이 아주 따끈따끈하게 올해 5월 10일에 소바실리카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바실리카에 대해서 아셨으니 전에 다뤘던 기사도 추천해 드립니다. "성당의 종류와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도 교회상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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