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받는 장면. (이미지 출처 = Flickr)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받는 장면. (이미지 출처 = Flickr)

'예수님은 원죄 없이 태어나신 분인데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피정 중에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마찬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주변 분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우리 모두 교리를 통해 알고 있듯이, 예수님은 죄 없이 태어나고 살아가셨던 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세례는 죄를 씻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목적으로 세례를 받으신 것인지, 그 의미들을 헤아려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세례자 요한이 하는 일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요르단 강을 끼고 벌어졌던 요한의 세례 운동은 매우 영향력 있는 신앙 쇄신 운동이었다고 합니다. 예수님 역시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정해 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음으로써 예수님도 삶을 정화하려는 모든 인간과 같은 존재임을 보여 주시려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비록 죄는 짓지 않았다고 해도 죄인의 대열에 끼어 그 차례를 기다린 분입니다. 감동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 자신이 확실히 하느님의 아들임을 확인하게 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례 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의미를 더 확대시키면, 우리가 받은 세례도 결국은 성령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의 딸, 아들임을 인정받게 된 사건이라는 이해에 다다릅니다. 세례가 죄를 씻는다는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방 교회는 동방에서 온 세 현인들이 아기를 방문함으로써 주님께서 세상에 오셨음을 기념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동방 교회와 정교회는 바로 예수님의 세례 사건을 주님 공현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참에 성탄 시기를 이루는 세 개의 중요 사건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성탄 사건이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천사들을 통해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알려집니다. 다음에는 좀 더 범위를 넓혀 동방에서 온 이방인들의 방문을 통해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주님 공현)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느님께서 죄인들과 함께 계시길 원하고, 그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임을 일깨우려 했던 사건으로 주님 세례가 위치합니다. 우리에게 오신 분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이시며,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이끌어 가실 것임을 공적으로 드러내 보이셨던 것입니다. 마음에 들어차는 감사와 감격이 느껴지지 않나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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