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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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 5장 1-20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동쪽에 있는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가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예수님은 “군대”라는 이름의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군대”라는 악령이 그 지방을 떠나기 싫다고 해서 예수님은 “군대”가 이천 마리 즈음 되는 돼지 떼로 옮겨 가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그러자 그 돼지 떼들이 호수로 달려가 빠져 죽습니다.

매우 이상한 사건입니다. 딴소리 말고 꺼지라고 하셔도 될 일이었는데 굳이 돼지 떼에게 옮겨 가는 것을 왜 허락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돼지 떼가 등장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율법상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취급했기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게라사 지방에 사는 이들, 즉 게라사인들은 유대인들과는 다른 민족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상식적으로 돼지를 치는 일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율법을 지킬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은 유대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 분명합니다.

게라사인들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것입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끼고 예수님의 소문이 이미 널리 퍼지고 있었습니다. 더러운 영에서 풀려난 사람과 돼지들의 떼죽음을 보면, 예수님의 권능 앞에서 놀라움을 느끼고 이 위대하신 분 앞에 무릎을 꿇을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라사인들은 예수님이 그 지방에 들어오시는 것을 만류합니다. 그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이 반응을 보면 게라사인들이 받은 충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예수님과 거리두기를 원했지만, 전부가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치유받은 그 사람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예수님을 따르기 원했으니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십니다. 보내시면서 그에게 당신께서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리라고 사명을 주십니다. 회복된 것을 사제에게만 가서 알리라거나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가라는 당부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 사람이 떠나가 게라사 지방이 포함된 데카폴리스 지역에 자신이 경험한 일을 알렸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직접 하시기 어려운 복음 전파를 그 치유받은 이를 통해 하신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돼지의 등장은 유대인들의 세계와 강렬하게 대비되는 세계를 설정해 줍니다. 그만큼 그곳에 하느님의 자비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더러운 영에 시달리던 이가 치유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돼지를 좋아하는 민족들에게까지 하느님의 힘과 자비가 미치고 복음이 전파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겹살을 먹을 때도 하느님께 찬미!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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