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류와 서열을 그린 프란체스코 보티치니의 작품.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재회에 천사의 부류와 서열을 그린 프란체스코 보티치니의 작품.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전례력에 보면 대천사 축일(9월 29일)도 있고 수호천사 기념일(10월 2일)도 있습니다. 성경 여기저기에서도 천사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천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대천사 축일과 수호천사 기념일이 별개로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인식하셨는지 어떤 분이 천사들의 부류와 서열에 대해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곁으로 가면 다 천사 혹은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가 그렇다고 가르쳐 준 기억은 없습니다. 신앙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크다"(루카 7,28) 혹은 "너희들 중에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루카 9,48)라고 하신 말씀을 들으면 하느님 주변을 지키는 천사들도 일정한 위계가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하게 됩니다.  

저만의 생각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 왔습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되어 온 천사들에 대한 이해를 정리한 사람이 아마도 아레오파고의 위 디오니시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기 5세기 혹은 6세기의 인물로 여겨지는 위 디오니시우스는 천사들을 총 9개의 품계로 구분했습니다.

 9개의 품계는 세 품씩 묶어서 상급, 중급, 하급으로 구분됩니다. 정리해 보면,

이름
상급 1품 세라핌(사랍)/Seraphim
  2품 케루빔(커룹)/Cherubim
  3품 좌품천사/Thrones
중급 4품 주품천사/Dominations
  5품 역품천사/Virtues
  6품 능품천사/Powers
하급 7품 권품천사/Principalities
  8품 대천사/Archangels
  9품 천사/Angels

이 되겠습니다.

천사들의 품계가 있는 것으로 봐서 하느님을 저버린 천사들인 사탄의 그룹도 위계가 있습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하느님을 배신한 천사들로 인해 세상에 악이 들어왔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천사들과 사탄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세속의 영역을 넘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영적 대화가 가능해지는 영역이라 하겠습니다. 오늘도 나를 지켜 주고 있는 천사에 감사하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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